트럼프 대북 문제서 ‘평화’ 첫 언급 주목…대화국면 전환 가능성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지금은 압박과 제재 단계에 있지만,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특사로 워싱턴DC를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15분간 접견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홍 특사가 특파원들에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전제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평화’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 여하에 따라 현재의 대북 압박 기조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한국에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과거 북한과의 대화와 포용에 방점을 뒀던 정파라는 점을 고려한 데 따른 태도 변화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특사가 방미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 친서를 직접 전달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지난 5개월간 단절됐던 한미 정상외교 복원에도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 특사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따로 만나 한미 관계와 북핵 문제를 긴밀히 논의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한반도 관련 논의에서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접견에서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긴밀한 협조로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튼튼한 동맹과 결속력, 국제 공조를 통해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 특사는 전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6월 한미 정상회담에 큰 기대감을 표했고, 북한 제재와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말씀하셨다”면서 “한국 사회의 문제,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평소 성격답게 활달하게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접견 초반 홍 특사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계속 지원해주고 다음 달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게 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감사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홍 특사는 면담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홍 특사는 한국 특사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대통령을 따로 만난 것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행운이었고 영광이었다. 이전엔 당선인 특사였고 이번에는 대통령 특사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했다.
접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했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인상에 대해 “대통령답게 솔직하고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홍 특사는 맥매스터 보좌관과도 별도로 면담해 사드 배치 문제를 간략히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배치 및 운용) 비용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면서 “배치 과정에서 국내에 절차상 논란이 있다고 얘기했고, 국회 논의의 필요성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홍 특사는 이어 “미국 측은 국내에 그런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이해한다고 했다”면서 “북핵 제재와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맥매스터와)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방미 특사단에는 민주당 황희 의원,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해문 전 태국대사, 청와대 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 등이 포함됐으며, 조구래 외교부 북미국장이 동행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