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대사 부른 中, 북한엔 ‘원칙적’ vs.한국엔 ‘엄정한’ 입장

남북한 대사 부른 中, 북한엔 ‘원칙적’ vs.한국엔 ‘엄정한’ 입장

입력 2016-02-09 16:37
수정 2016-02-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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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미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를 공식 착수한다고 밝힌 지난 7일 중국 당국이 주중 남북한 대사를 불렀지만 항의의 표현은 약간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긴급히 불러 북한이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한 데 대해 항의했다”면서 “중국의 원칙(原則)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는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이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히 불러 한국이 한미가 정식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를 시작한다고 선포한 데 대해 항의했다”면서 “중국의 엄정(嚴正)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공개했다.

작년 3월말 부임한 김장수 대사가 중국 외교부에 사실상의 초치형식으로 면담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외교부는 류부부장이 주중 남북한 대사를 각각 만난 내용을 ‘긴급히 약견(約見)’했다고 표현하며 화춘잉(華春瑩) 대변인 명의의 ‘기자와의 문답’ 형식 발표문을 통해 지재룡 북한대사, 김장수 한국대사 순으로 잇따라 공개했다.

우리 외교부는 김장수 대사의 경우 초치된 것이 아니라 류전민 부부장의 요청으로 면담한 것이라고 8일 설명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 대사를 불러 ‘원칙적’ 입장을 전달한 것과 우리나라 대사를 불러 ‘엄정한’ 입장을 전달한 것의 차이를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보고있다.

다만 중국 외교부가 김 대사를 어떤 형식으로든 불러들인 것을 두고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못지않은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외교부 성명에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그동안 견지해온 입장을 설명했다는 측면에서 ‘원칙적 입장’을, 한국에 대해서는 새로 불거진 사드에 대한 항의 측면에서 ‘엄정한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 소식통은 “일각에서는 사드 문제를 더 무겁게 보고 엄정한 입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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