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분기 성장률도 1년 만에 최고치…회복세 뚜렷
일본 경제의 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확산하는 반면 한국 성장률 예상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20일 국제금융시장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등 28개 금융기관이 제시한 일본 국내총생산(GDP)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연율 환산) 전망치는 연초 1.55%에서 이날 현재 2.05%로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1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도 2.4%로 시장 전망치(1.6%)를 넘어서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경제 회복세가 뚜렷했다.
반면, 한국의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전망치는 연초 3.60%에서 이날 3.10%까지 미끄러졌다.
금융기관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 2분기 성장률을 1.40∼1.50%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석유·가스 수입비 부담이 국제 유가 하락으로 크게 줄면서 초대형 호재로 작용했다.
3월 일본 경상흑자는 2조7천953억 엔(약 25조4천800억원)으로 전월보다 94% 급증하면서 2008년 4월 이후 약 7년 만에 월간 경상흑자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엔저로 일본 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기업 실적도 수출기업 중심으로 좋아지고 있다.
SMBC닛코(日興) 증권이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결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순이익 최고기록을 경신한 기업이 약 30%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2006년의 36% 이후 최다 수준으로, 이들 기업의 전체 순이익은 전년보다 6.7% 증가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일본 최대기업 도요타의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7천505억엔, 순이익은 2조1천733억엔으로 각각 20.0%, 19.2% 증가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기업 설비투자도 0.4% 증가해 4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작년 4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개인소비도 전분기와 같이 0.4% 증가해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또 기업들이 실적 대폭 개선에 힘입어 임금을 올리고 투자를 늘릴 조짐이 있어 앞으로 경제 전망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오타 가요코 SMBC닛코증권 연구원은 “엔화가치 및 유가 하락에 힘입어 자동차·철강 등 일부 부문이 대외 수요의 혜택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엔저의 수혜가 더 커지지 않을 수 있지만, 달러·엔 환율이 120엔대를 유지하면 기업들은 탄탄한 실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성장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의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작년 4분기 0.3%까지 떨어졌다가 기저효과에 힘입어 지난 1분기 0.8%로 소폭 회복했다.
하지만 4개 분기째 성장률 0%대의 저성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2분기 들어서도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최대 경쟁국인 일본의 엔저 효과 등으로 수출마저 부진하면서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4월 수출액은 462억1천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1% 줄면서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의 양대 수출시장인 중국·미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수출 회복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경제 성장률(전분기 대비·연율 환산)은 작년 4분기 2.20%에서 올해 1분기 0.20%로 급락했다.
중국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도 작년 4분기 7.30%에서 1분기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7.00%까지 하락한 가운데 1∼4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6.2%로 2009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구조개혁이 지금처럼 계속 지연되다가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일본과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은 규제개혁과 대외개방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 의료, 관광 등의 분야에서 ‘암반규제(덩어리 규제의 일본식 표현)’의 개혁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비해 우리의 구조개혁은 이해집단 간의 갈등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함에 따라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솔직한 상황”이라며 “자칫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에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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