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참사’ 지각 대응…반이민 정서 팽배·뾰족한 대응책도 없어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 대부분이 출발하는 리비아 서부를 통틀어 순찰선은 겨우 3척밖에 없다. 한 대는 고장났고, 4대는 수리를 위해 이탈리아로 보냈는데 리비아 평화협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영국 일간 가디언)혼돈 속의 아프리카를 탈출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선이 지중해에서 잇따라 침몰하는 참사가 이어지면서 유럽연합(EU)이 허겁지겁 대책 마련에 나섰다.
EU는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외무장관 회의에서 난민 참사 문제를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라틴아메리카와의 관계, 예멘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8일 최소한 7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우려되는 난민선 전복 사고가 일어나자 자연스럽게 난민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난민 참사 논의를 위한 긴급 EU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나섰다.
렌치 총리는 “유럽이 이런 참사 앞에서도 다른 사안에서 보여온 연대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며 “수색과 구조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이탈리아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말라는 게 우리의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민 문제를 ‘유럽의 전염병’, ‘21세기판 노예제도’에 비유했다.
유럽 국가들은 지금까지 난민 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왔다.
EU는 그나마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의 지중해상 난민 구조를 위한 ‘마레 노스트룸 작전’에 대한 자금 지원마저 중단했다.
이후 EU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가 ‘트리톤 작전’을 개시했지만 오히려 이탈리아의 구조 작전보다 지원 규모가 작아 난민 구조는 훨씬 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이 난민 문제에 이처럼 미온적인 이유는 대륙 전반에 퍼진 이민자에 대한 반감, 즉 ‘반 이민자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국민과 이민자들의 일자리 경쟁에 이질적 문화와 종교 문제에 따른 부작용까지 뒤섞이면서 난민 문제를 인간의 존엄성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호소해 왔지만 유럽 국가들에는 ‘소 귀에 경 읽기’나 다름 없었다.
현실적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도 유럽의 고민이다.
EU는 석유와 무기 밀거래업자 소탕을 위해 리비아 해안에 군함을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지만 자칫 더 많은 난민을 바다로 끌어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전에 투입된 구함에 구조돼 유럽 땅을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암시를 줘서 ‘흡입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를 중심으로 한 EU 관료들이 비밀보고서에서 제안한 군함 파견은 유엔 중재로 진행 중인 리비아 군벌 간 협상이 성공할 경우에 대비한 통일정부 지원 작전 가운데 하나다.
난민 구조 작업을 중단한다고 해도 유럽으로 가려는 수요는 억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밀입국 알선 브로커들은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의 지중해 수색구조 작업이 중단됐을 때도 자신들에 대한 수요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자신을 ‘아흐메드’라고 밝힌 트리폴리의 한 브로커는 “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제로 돈을 내게 하거나 배에 오르게 하지 않는다”며 “구조작전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계속 배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해안경비 당국의 열악한 사정 또한 난민들의 ‘위험한 승선’을 부채질한다.
장비 부족으로 일주일 동안 겨우 3번뿐 순찰을 못 도는 데 비해 각 밀입국 알선 조직은 같은 기간에 난민들을 20번이나 실어나른다고 한다.
트리폴리 동쪽 미스라타 해안경비대 타우피크 알스카일 대장은 “EU로부터 도움이 절실하다. 유럽은 모든 장비를 갖고도 밀입국을 막지 못하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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