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유혈충돌, 이집트 정국 어디로 가나

최악의 유혈충돌, 이집트 정국 어디로 가나

입력 2013-08-16 00:00
수정 2013-08-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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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 후폭풍 직면할 듯…군부통치 장기화 우려도무슬림형제단 테러조직화 가능성 배제못해

지난 7월 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을 당시 국민 편에 서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 군부가 ‘대학살’로 표현되는 14일(현지시간) 시위대 유혈 진압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유혈충돌로 최소 638명(군경 사망자 43명 포함)이 사망하고 4천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부의 강경 진압을 둘러싼 사회적 분열이 가중돼 이집트가 ‘아랍의 봄’을 거슬러 ‘겨울’을 맞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이집트 정국의 열쇠를 군부가 쥔 상황에서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이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적 저항에 나설 경우 양측의 충돌 양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 군부 통치 장기화 우려…권위주의 통치 답습 비판 거세질 듯

군부의 재집권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군부는 장갑차와 불도저, 헬기까지 동원한 이번 강경 진압으로 정치적 해결력과 중재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걸프 국가의 정치적 해결 촉구에도 군부는 끝내 이를 외면, 과거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때 ‘권위주의 통치’를 답습한 꼴이 됐다.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는 일단 군부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점에서는 유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군부의 강경한 태도에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가 나중에 반발한다면 이집트 정국은 곧바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유엔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압박 강도도 세지고 있다.

취약한 경제 구조 탓에 외국의 원조가 중요한 이집트로서는 우방을 잃는 게 다른 중동 국가보다 뼈아플 수밖에 없다.

세계의 주요 국가는 군부의 무력 진압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도 공동 훈련을 취소하고 연간 13억 달러 상당의 대이집트 군사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군부 통치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군부가 관리하는 과도정부는 지난 13일 전국의 주지사 18명을 새로 임명하면서 11명을 군 간부 출신으로 채웠다. 나머지 7명 중 2명은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이다.

정부 인사의 투명성 부족을 보여주고 협의 과정을 등한시하는 점을 드러내면서 과거 권위주의 통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정국 혼란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집트인 다수와 국제사회가 군부 통치의 장기화를 반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싱가포르대학 중동연구소의 마이클 허드슨 교수는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에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정착할 기회를 상실했고 군부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며 “군부 무력진압으로 이집트 사회 분열이 공고해 지면서 유혈사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유·세속주의 세력 분열 커질 듯

무르시 축출 당시 군부를 지지했던 야권의 대표 주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 사임의 여파도 클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사임이 자유·세속주의 세력의 분열을 증폭시킬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엘바라데이 이외 사임한 야권 출신 정부 각료는 아직 없지만, 그의 사임 자체가 자유주의 세력의 혼란상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 됐다.

야권 사이에서 엘바라데이의 사임을 두고 ‘양심 있는 행동’이란 호평과 함께 ‘책임 회피’란 비판을 동시에 받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르시 정권 붕괴 직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야권 그룹도 분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는 ‘타마로드’(반란)에서 이탈했다.

영국 왕립역사학회의 디팍 트리파티 교수는 “이집트 전역이 매우 분열된 상황이어서 어떤 정권이라도 전체를 통치권에 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군부와 협력했던 정치인들도 이집트 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부의 유혈 진압 사태로 과도정부는 불안정해지고 민주적 변화에 대한 희망에도 상당한 후퇴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군부가 앞으로 행보를 놓고 꽤 골치가 아플 것 같다”며 “엘바라데이가 군부와 결별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자유주의 세력도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집트와 국제사회의 가교 역할을 해 온 엘바라데이의 이탈로 군부가 외교적으로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무슬림형제단 ‘지하조직화’ 우려

무르시 지지 시위대의 엄청난 인명 손실에도 무슬림형제단이 군부에 순순히 ‘백기 투항’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반나가 1928년 이집트에서 설립한 무슬림형제단은 8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면서 이집트뿐 아니라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요르단, 수단 등지로 세력을 확장해 현재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슬람 조직으로 성장했다.

2011년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한 뒤 세력을 키워 지금도 이집트 정계와 경제계, 언론계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부는 무르시 축출 이후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무슬림형제단을 꼽고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300명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단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의 끈질긴 생명력을 감안할 때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무슬림형제단이 지하조직으로 활동하며 테러 등의 방법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거나,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슬림형제단은 최악의 유혈참사가 벌어진 날에도 국민에게 “거리로 나와 군부의 유혈진압 중단에 나서달라”며 새로운 시위를 촉구했다.

이 단체 회원은 군부의 진압 작전이 이뤄진 기자 지역에서 정부 기관 청사를 습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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