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사회·경제에 미친 공과

베네수엘라 사회·경제에 미친 공과

입력 2013-03-06 00:00
수정 2013-03-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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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정부는 그가 아니면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이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층 양극화가 심한 적도 없었다”

정치평론가 카를로스 로메로는 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암 투병 중 숨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4년간 집권하며 사회·경제적으로 미친 영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의 정책에서 ‘빈민층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그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석유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보건, 교육 등 빈민 구제 정책에 쏟아 부었다.

수백 명의 쿠바 의사들을 데려와 새로 설립한 극빈 지역 보건소에 보냈고, 다국적기업 소유의 땅 수만 헥타르를 국유화해 농민에게 제공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달동네에 케이블카를 도입, 주민이 도심으로 쉽게 나올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로 베네수엘라의 극빈층은 대폭 줄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그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1998년 전체 국민의 50.4%에 이르던 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은 2006년 36.3%로 줄었다. 취임 초 천명당 20.3명이던 영아사망률은 2011년 12.9명으로 감소했다.

중등학교 진학률은 1999년 38%에서 2010년 72%로 올랐고, 수업료가 거의 무료인 공립대학이 설립됐다. 문맹률은 2001년 7%에서 2007년 5%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빈민 우선 정책은 중산층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그의 정책이 계층 간 반목을 조장했고, 사회 양극화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카터 센터의 제니퍼 맥코이 미주국장은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그의 복지 정책은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맥코이 국장은 차베스 대통령이 기반시설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고, 일자리 창출 없이 퍼주기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차베스 정권에서 외국기업의 국유화는 자의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게 됐다.

국유화로 만들어진 농지의 생산성은 매우 낮아 막대한 양의 식료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물가 상승을 철저히 막았지만 생필품의 생산량은 적었다. 우유, 식용유, 설탕 등이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차베스 정권은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언론사 등을 거세게 압박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찰스 샤피로 전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는 “그의 재임기간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다양성이 약화됐다”며 “차베스의 지지자와 반대자는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 거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는 차베스가 개인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한 정치를 하고 제도를 중시하지 않은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차베스를 대체할 인물은 없을 것”이라며 “그가 약속한 많은 것이 제도를 경시한 것이기 때문에 (차베스 사후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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