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 인파 쏟아져…”베네수엘라 반드시 변화할 것”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암 투병 끝에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에 거주하는 대다수 베네수엘라인은 변화를 기대하며 환호했다.베네수엘라 출신들이 대거 밀집한 미국 플로리다주(州) 도랄시(市) 거리에는 인파들이 쏟아져나와 베네수엘라 국가를 부르고 국기를 흔들어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도로 곳곳에서는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기도 했다.
거리로 나온 베네수엘라인 카롤리나 감보아(36)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차베스의 사망은 베네수엘라의 승리”라며 “정의는 결국 도래했다”고 환호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 다수는 차베스의 사회주의식 통치와 독재체제, 심각한 범죄에 위협을 느끼며 고국을 등진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차베스의 죽음을 계기로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거나 최소한 현지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안전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평소 베네수엘라인들이 고국 관련 소식을 공유하려고 모이는 도랄의 한 유명 식당은 퇴근시간 직후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곳에서 만난 엘레이마르 레무스(27)는 3년 전 카라카스에서 무장강도에 의해 납치당할 뻔한 경험을 한 뒤 플로리다로 이사했다.
레무스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도요타를 몰면 ‘나를 강탈하고 죽여달라’는 말과 같다. 또 아이폰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살해될 수 있다”며 공포스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차베스의 죽음으로 베네수엘라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루이히 보리아 도랄 시장은 “베네수엘라가 역사적 순간을 맞았다”며 “이제 우리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헬 몬테루스코(51)는 “죽음은 언제나 유감스럽다”면서도 “이제 독재자가 통치하고 법과 정의가 없던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몬테루스코의 아내인 에헤니아 프린세(43)도 범죄 위협을 견디지 못해 6개월 전 베네수엘라를 떠나온 케이스다.
베네수엘라에 살던 당시에는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일이나 은행에 들르는 일, 차를 모는 일 등 일상사조차 너무나 두려웠다는게 그의 말이다.
프린세는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간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그래도 고국은 고국이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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