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구출작전 인지못해…北阿서 새로운 위기”
“미국이 북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AFP 통신의 17일(현지시간) 기사 제목이다.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이 알제리 인질극 참사로 번지자 미국의 근심도 커졌다.
프랑스의 군사개입을 지원키로 한 상황에서 말리 내전 확산에 따라 지원의 범위와 정도를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어서다. 인질극 참사 명단에 미국인이 포함됐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당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인질극 참사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상황이 가변적이라 구체적 대응계획을 밝힐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앞서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미국인 인질의 숫자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알제리 정부로부터 인질 구조작전 단행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구조작전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작전 전날 제안했으나 알제리 정부가 거부했다는 미 관리의 전언도 들린다.
모두 ‘세계 패권국’이라는 미국의 별칭과 거리가 먼 정황이다.
사실 아프리카에 얽힌 미국의 두통거리는 지난해 9월 ‘벵가지 사태’부터 심화 조짐을 보였다. 당시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 영사관이 무장세력의 공습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사망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프리카 이슈는 이집트의 ‘파라오 헌법’ 갈등, 말리 내전과 알제리 인질 사태로 이어져 급기야 이번 참사를 빚었다.
힐러리 장관은 최근 말리와 알제리 사태를 두고 북아프리카뿐 아니라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에 “좀 더 폭넓은 전략적 도전”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다음주 벵가지 사건 증언을 앞둔 상태다.
미국은 이런 입장 아래 프랑스 군사작전에서 정보 분야를 지원하고 수송기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음주 관련 인력을 현지에 파견한다.
미국은 그러나 알제리 인질 사태와 같은 위협이 더 확장될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지원 수준 강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말 아프리카에서 테러 대응 작전에 대한 군의 권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의회에 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당시 의회에 요청한 권한 확대 방안은 공격용 무인기 사용, 특수부대 활용을 담았다.
카터 햄 아프리카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알카에다 이념을 가진 이슬람 무장조직은 유럽에 이어 미국도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알제리 인질 사태가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와 비슷하거나 더 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일부 미 관리들의 우려도 비슷한 맥락이다.
존 케리 국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포진할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향후 선택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날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알제리 인질 사태에 관해 미일 두 나라 관리들이 매우 긴밀하게 실시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로 전해진 인질 리스트에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인 최소 3명 이상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IHT는 알제리의 미국인 인질이 숨졌다면 미국은 프랑스 군사작전에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검토해야 할지 모른다고까지 예상했다.
또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도 병력 제공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과 EU 내 다른 국가는 프랑스에 비해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정치적 패권과 경제적 이권에 관심이 적기 때문에 전투병 파병 같은 공격적 개입 가능성은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