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발만 살짝 담그는’ 대(對)중동정책 비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충돌로 인한 중동 유혈사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한계를 드러내는 가혹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첫번째 임기에서 보여준 외교 정책의 특징은 무인기와 사이버 무기를 이용한 공격, 특수부대를 통한 비밀스런 야간 작전 등 주로 ‘원격조종’ 기술 혹은 ‘멀리 떨어진’(at-a-distance)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살짝 발만 담그는’ 전략(light footprint strategy)으로, 전쟁에 지친 미국민의 감정을 달래고 국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애초부터 의도적인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고 참모들은 말한다.
첫번째 임기 초 그는 안보 담당자들에게 세계 각국 가운데 미국이 과도하게 투자한 지역, 반대로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지역이 어디인지를 재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고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상했다. 그는 “’과잉투자한 곳은 중동이고 투자하지 못한 곳은 아시아’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미사일 공격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상황실에 들어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하는 대신 동남아 3개국 순방을 택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한 핵심 참모는 “순방계획 최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과 늘 벌어지는, 오늘의 위기에 집중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살짝 발담그기’ 전략은 오늘날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아예 사라지게 했다는 인식을 불러올만큼 ‘발을 너무 살짝 담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엘리엇 코헌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한발짝 떨어져서 다루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은 이제 연료가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은 “우리가 중동사태에 개입했을 경우 예상했던 모든 나쁜 일들이 (개입하지 않았음에도)이미 다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더 직접적으로 중동 사태에 개입했어야 했고, 개입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시리아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그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 노력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비아 내전 때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축출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자세가 결국 리비아의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을 불렀고, 시리아 역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모두 실패한 가운데 이미 4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마크 우달(민주·콜로라도) 상원의원은 “이건 공정한 싸움이 아니다. 선거도 끝났고 이제 더이상 한가하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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