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정치인 조사, 과거 ‘에드거 후버 시절’ 떠올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이어 젊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된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이 군법회의에 회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앨런은 질 켈리(37)라는 여성과 2010년부터 현재까지 2만~3만 쪽에 달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국방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앨런은 자신이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앨런과 켈리의 불륜 사실이 밝혀지면 군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고 국방부 관리들은 전했다.
퍼트레이어스와 앨런 스캔들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군 현직에 있을 때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여부다.
즉 퍼트레이어스는 지난해 9월 군에서 퇴역한 후 폴라 브로드웰과 불륜관계를 맺었지만, 앨런은 현재 복무 중이어서 처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통이 민간에서 범죄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미국 통합군사재판법(the 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은 간통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가 앨런이 이 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앨런의 직속상관인 제임스 마티스 중부 사령관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국방부가 앨런을 퇴역시킬지, 기소할지 아니면 그에 대한 혐의가 벗겨져 그가 군 복무를 계속 원할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내정된 유럽사령관으로 발령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도 앨런이 아프간 사령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은 그에 대한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의 신뢰가 아직 있음을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앨런 사령관을 여전히 신임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이는 성추문에 휘말린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부사령관인 제프리 싱클레어 준장의 사례와도 차이가 있다. 아프간에서 근무하는 동안 부하 여군 장교들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은 싱클레어 준장은 혐의가 불거지자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본국으로 소환됐다.
한편,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번 추문과는 별개로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이 지난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에서 발생한 미 영사관 피습 사건에 관해 의회에서 증언해 달라고 요구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애초 미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해 15일 상·하원 합동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혼외정사 문제로 사임함으로써 마이크 모렐 국장 대행이 대신 청문회에서 증언할 것으로 점쳐졌다.
다이안 페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은 CNN 방송에서 “퍼트레이어스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며 “그가 청문회에 참석해 증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도 벵가지 사건과 관련해 풀리지 않은 많은 의문이 있다며 퍼트레이어스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증언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퍼트레이어스와 내연녀 브로드웰이 공유 이메일 계정을 통해 사적인 대화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CBS뉴스가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두 사람이 실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이메일 계정을 공유해 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는 10대들이나 테러리스트들이 해킹을 피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은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의 이메일을 해킹했거나 퍼트레이어스와의 관계를 이용해 기밀 정보에 접근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FBI는 처음에 퍼트레이어스의 부적절한 관계를 조사했던 FBI 수사관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시켰다. 이 조사관은 브로드웰로부터 ‘협박’ 메일을 받아 수사를 의뢰한 켈리에게 상의를 탈의한 사진을 보낸 것으로 밝혀져 내사를 받는 중이다.
이에 앞서 FBI 요원들은 지난 1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브로드웰 자택을 4시간 동안 압수수색해 8~10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 사회 일각에선 FBI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명의 군 고위 인사에 대한 폭로는 FBI의 과거 어두웠던 존 에드거 후버(1895~1972)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게쉬타포’ ‘밤의 대통령’으로 불렸던 후버는 죽을 때까지 48년간 FBI 국장 자리를 지켰으며 정치인들의 사생활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했다.
신문은 FBI가 CIA국장의 개인 이메일을 어떻게 조사했는지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연방검사를 지낸 데이비드 라우프만 변호사는 “영장을 받기위해 연방치안 판사에게 간 연방 검사들도 연루됐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