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개혁”…中 톈안먼서 민원인들 끌려가

”말로만 개혁”…中 톈안먼서 민원인들 끌려가

입력 2012-11-09 00:00
수정 201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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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8일 개막한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정치개혁과 인민 민주주의 확대를 역설했다.

하지만 당대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 맞은편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는 지도층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탄원서를 들고 먼 길을 찾은 시민이 줄줄이 공안에 끌려나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당 대회에 참석한 지도층에게 억울한 사정을 말하려고 인민대회당을 찾으려던 노인 두 명은 공안의 제지로 당 대회장 인근에는 가지도 못하고 맞은편 톈안먼 광장에서 끌려나갔다.

한 노인은 울면서 호소했지만 가지고 있던 서류를 모두 빼앗긴 채 경찰차에 실리는 신세가 됐다.

이들뿐 아니라 인근 지하철역에서는 탄원을 하려는 20-30명이 공안에 에워싸였고, 단체로 버스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광장에서 중국인을 취재하던 외신 기자도 인터뷰 도중 사복 경찰의 제지를 받고 노트북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당하기도 했다.

중국에는 종종 권력남용과 부패 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지도층이 시민의 청원을 받아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오랜 전통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호소는 당 대회 날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톈안먼 광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한 캐나다 관광객은 “이런 보안조치는 난생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중국 당국은 또 당 대회를 앞두고 반체제 인사 수백 명을 가택연금에 처하거나 체포하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대한 검열도 강화해 민감한 시기에 당과 지도부에 대한 비판 행위를 사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검열과 탄압은 여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 대회장 내부에서 후 주석은 “정치 기구를 개혁하고 인민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 주석은 부패를 청산하고 공산당의 권력 남용을 막지 못한다면 당이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중국의 민주주의는 서구권과는 다르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중국 당국은 전날 티베트인 5명이 분신한 것을 의식한 듯 이날 톈안먼 광장에 사복 경찰 수백 명과 소방관을 배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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