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변선 평의 사흘만에 평결에 “애플 이겼을 것”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5층 1호 법정.24일 오후 3시20분께(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을 맡고 있는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 평결심을 주재하기 위해 법정에 입장하자 미리 입장해 대기중이던 애플과 삼성측 변호인과 취재진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양측 변호인들의 표정에서 이미 승패가 갈렸다.
삼성전자를 대리해 이번 소송을 이끌어온 찰스 버호벤 변호사 등 20여명에 가까운 삼성 측 변호인들은 입을 굳게 다문 굳은 표정인 반면 단 7명만 출석한 애플 측 변호인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는 등 여유가 느껴졌다.
애플 측 대표변호사격인 해럴드 맥엘히니와 윌리엄 리 변호사는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법원 주변에서도 이날 오후 배심원들이 결론을 내고 평결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애플의 승리가 점쳐졌다.
평결해야 할 내용이 무려 500개나 되는 등 방대한 데 비해 애플은 배심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한 반면 삼성은 애플의 주장을 꼼꼼하게 반박한 상태. 따라서 배심원들의 개별 주장을 세세하게 따져보면 삼성에 유리할 수 있지만 평의가 일찍 마무리되면 애플에 유리한 평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
이번 소송을 취재중인 외신 기자들도 평의가 시작된 지 22시간 만에 평결이 이뤄진 데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소한 다음 주 초까지는 평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었다.
루시 고 판사는 평결이 합의에 도달한 지 정확하게 1시간 후인 오후 3시35분께 평결내용이 기재된 ‘평결 양식’을 발표를 담당한 법원 서기에게 넘겼다.
평결 1항부터 삼성의 모바일기기 대부분이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고 평결한데 이어 특허의 유효성과 특허침해의 고의성마저 인정되자 조용하던 법정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침해에 따른 배상규모가 10억5천만 달러(약 1조2천억원)로 확인되자 외신기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애플 엄청난 승리(epic win)”를 잇따라 트윗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맞제소 특허침해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하고 배상금이 ‘제로(0)’라고 발표되자 법정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평결이 끝났지만 법정 내부에는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에 놀라서인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삼성의 대표변호사인 버호벤 변호사도 아무 말 없이 평결 내용을 검토하면서 연신 물을 들이켰다.
법정에 있던 한 외신기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삼성전자가 한국 법정에서 똑같은 사안에 대해 승리했는데 미국 쿠퍼티노 소재 애플의 본사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새너제이 법정에서는 애플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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