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하고 다른 언론사에서 일하는 동기와 용산에서 점심을 먹었다. 헤어지고 용산역으로 걸어가는데 개성 연복사탑 중창비가 가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 것이었다. 중창비는 용산컨벤션센터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철도회관 마당 좁은 공간에 숨겨놓은 듯 자리잡고 있었다.
중창비는 개성 연복사 오층목탑을 다시 지은 전말을 새겨 1394년 세운 비석이다. 지금은 거북 모양 받침돌과 용무늬 머릿돌만 남았다. 오층목탑의 중건을 시작한 것은 고려 공양왕이지만 조선 태조 역시 깊은 관심을 가졌다.
연복사는 개성 남대문 밖에 있었는데 경의선 부설 과정에서 선로가 절터의 일부를 지나게 됐다. 이 때문에 중창비는 1910년 이전 용산으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창비는 용산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몇 차례 자리를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용산역광장으로 걸어 나오며 이곳에 새로운 터전을 닦아 중창비를 옮긴다면 명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초현대적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용산에 역사를 입히는 노력이기도 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10-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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