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동차를 몰 때 처음으로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정속 주행 장치)이라는 신세계를 맛봤다. 속도를 고정하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할 수 있으니 피로도가 덜하고 편했다. 광활한 대지에 끝없는 직선 도로가 펼쳐져 있고 도로 폭도 넓은 미국에 맞춤한 기능이었다.
크루즈 컨트롤은 1945년 미국의 기계공학자 랄프 티터가 발명했다. 시각장애인이었던 그는 운전자가 말을 할 때마다 차의 속도가 변하는 것에 멀미를 느껴 이 장치를 고안했다. 이 기술을 1958년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00년대 들어 레이더와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앞 차와의 거리까지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등장했다.
요즘은 과속 카메라나 곡선 도로를 만나면 스스로 감속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 하지만 크루즈 컨트롤이 아무리 스마트해졌다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는 등 운전의 대부분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한 번도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한 적이 없다. 도로의 폭이 좁고 복잡한 데다 곡선이 많아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앞서가던 승용차들을 들이받아 13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처음엔 시속 125㎞로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운전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진술을 바꿨다고 하니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2021년 이후 5년간 한국의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켠 상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30건으로, 20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자동화 시스템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해 주의를 소홀히 하는 것을 ‘자동화 안주’(Automation Complacency)라고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 자동화가 인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니 슬픈 일이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2026-10-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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