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원로 언론인이 보인 눈물의 의미
표현의 자유가 위태로운 현실의 한 장면
모두를 위한 자유 대한민국은 어디쯤에
최여경 문화체육부장
게일 에번스 전 CNN 수석부사장은 저서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2003)에서 남성과 여성의 눈물이 주는 무게감을 논한다. 공석에서 남자가 눈물을 보이면 ‘오죽하면 저럴까’라고 안타까워하지만, 여자가 눈물을 흘리면 ‘또 운다’고 지탄을 받는다고 했다. 아직도 그 분석은 유효하다고 본다. 여성의 눈물은 공적인 자리에선 특히 삼가야 하는 일로 여겼다.
다만 권 이사장의 눈물이 이해되는 건 그가 언급한 한국 사회와 언론의 현실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위기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위기는 우리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외부에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속보 경쟁을 하느라 사실 확인을 뒤로 미룬다든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내기 일쑤다.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 생기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일부 권력과 기득권이 자신들에게 불편한 기사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운다. 많은 국민이 보고 느끼고 판단한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도 ‘자막 조작 사건’이라는 신박한 명칭을 붙이고,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지난달 말 “반성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걸어 MBC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앙토리 벨랑제 국제기자연맹(IFJ) 사무총장은 “협박의 전형적인 예”라고 했고,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유엔 총회 데뷔 연설에서 ‘자유’를 21번 외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태롭다. 한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를 두고 여당과 정부가 앞다퉈 비난하는 게 요즘 일이다. 풍자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을 두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느니 ‘청소년이 오염됐다’느니 쏘아 대고, 미성년 학생의 신상 털이를 하고 나섰다.
누군가는 자유를 침해당하는 중에 정치권만은 표현의 자유를 맘껏 누리는 듯하다. 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에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혀 깨물고 죽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고 비아냥대고, ‘서해 피살 사건’을 언급하던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뻘짓거리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3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두고 ‘총살감’이라고 했던 서슬 퍼런 표현도 들려온다. 막말이라는 비난에 맞선 이들의 대응은 너무나도 당당하다. 권 의원은 발언을 지적당하자 “잘된 발언입니다. 왜!”라고 호통을 치고, 김 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그런 말 많이 한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대응했다. 분명 명예훼손성 발언인데 반성 따위는 없어 보인다.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폭넓게 보장하는가’는 민주주의를 가늠할 잣대 중 하나다. 누군가는 한없이 자유를 누리고, 누군가는 제약을 받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어디쯤에 서 있을까.
2022-10-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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