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14%” 경실련 “52%”… 집값 상승률 누구 말이 맞나

국토부 “14%” 경실련 “52%”… 집값 상승률 누구 말이 맞나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20-06-24 21:30
수정 2020-06-2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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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경실련 발표는 시장 과잉 해석”

실거래가격 반영한 감정원 조사 발표
경실련 “KB중위가격이 체감도 높아”
전문가 “감정원 조사가 실제 시장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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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52% 급등했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실제로는 14.2% 올랐다고 반박해 관심이 쏠린다. 경실련은 KB 중위 매매가격을,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조사를 기준으로 삼았다. 중위가격 기준은 비싼 신축 아파트 비중이 더 크게 반영되는 만큼 전체 주택시장 상황은 한국감정원 주택가격조사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토부는 이날 “경실련이 주장한 통계는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변동률은 14.2%”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주요국도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대 중반까지 주택가격이 하락하다 이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실련은 KB 자료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아파트 중간값을 나타내는 중위 매매가격이 6억 600만원에서 9억 2000만원으로 5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12월(KB중위가격 통계 시작)부터 2013년 2월까지는 3%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에는 29% 올라 두 정부를 합친 상승률(26%)의 두 배라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같은 시기의 이명박 정부 -7.3%(임기 전체 변동률 -2.6%), 박근혜 정부 11.9%, 문재인 정부 14.2%로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은 변함없지만, KB 중위가격 통계보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분석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동일한 아파트 표본의 실거래가 변동률을 바탕으로 통계를 보정해 산출한다. KB 중위 가격은 매매 거래가 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고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따지는 것으로 시세 흐름을 판단하기 좋다. 하지만 매년 표본을 보정할 때 이전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신축 아파트를 많이 추가해 중위가격이 들쭉날쭉하고 실제 집값 변동이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난 3년간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19.7%로 2013~2016년(7.9%)의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감정원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분석하고, KB는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해 호가가 더 반영될 여지도 크다.

경실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전부터 계속 KB 통계를 사용해왔고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은 KB 중위가격 기준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감정원 조사가 전체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한다는 데 동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위가격 통계는 신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 상승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지수와 달리 참고 지표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KB 중위가격 통계는 호가에 가까워 팔려고 내놓은 아파트가 얼마인지 알려주고, 감정원 자료는 현재 시세가 평균적으로 얼마인지 알려줘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책 입안에는 감정원 자료를 사용하는 게 맞지만 정부가 시민단체에 반박한 것도 시장에 바람직한 대응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20-06-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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