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號 흔드는 ‘4대 파고’

한국경제號 흔드는 ‘4대 파고’

곽소영 기자
입력 2024-10-27 17:57
수정 2024-10-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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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경고등  트럼프리스크  중동 정세  더딘 내수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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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다. 더딘 내수 회복세 속에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이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방 위험이 분명히 커졌다”며 처음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2.6%)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등장 가능성과 맞물린 미중 갈등 악화 우려,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동 정세 등 대외 변수도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신문은 27일 경제전문가 7인과 함께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전망을 짚어 봤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20일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준 8월 18.5%, 9월 18.0% 각각 증가했으나 이달 들어 눈에 띄게 증가세가 위축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이 둔화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4월에 54.5%를 찍은 이후 9월 37.1%로 내려앉는 등 5개월 연속 둔화세다. 수출 양대 축인 자동차의 3분기 수출은 3.1% 감소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에 그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당초 한은 전망치 0.5%를 크게 밑도는 데다 앞서 2분기에 0.2%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늬만 플러스’인 셈이다.

그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은 3분기 들어 0.4% 감소하며 2022년 4분기(-3.7%) 이후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순수출이 전체 성장률을 1% 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 수출 경기가 좋아질 때 반도체 재고가 감소해야 하는데 지금은 수출 경기가 계속 나빠지는 추세여서 재고도, 수출 물량 자체도 모두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수출이 GDP에서 빠지면 0%대 경제 성장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1.36%)에서 수출 기여도는 1.17% 포인트였다. 성장률의 86.1%를 수출이 ‘하드캐리’했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수출액(1조 2000억 달러) 중 자동차(2313억 달러)와 반도체(1434억 달러)가 31.2%를 차지했다.

문제는 수출에 관한 한 좋아질 일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부동산 침체 여파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도 ‘시계 제로’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한다면 고율 관세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상수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캠페인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데다 한국 자동차 수출과 직결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도 공약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4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53억~241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역대 최고치인 444억 달러를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이 이미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상당히 따라잡는 등 산업 경쟁력이 우리나라를 추월한 상태”라며 “중국과 동남아를 상대로 한 수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미 수출까지 줄어 경상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재정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국채금리가 오르는 동시에 달러화도 강세를 보인다. 2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88.7원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에 근접했다. 지난 7월 3일(1390.6원) 이후 넉 달 만에 최고치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물가가 촉발할 인플레이션 우려는 물론 내수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격화도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습을 하기 직전인 25일(현지시간)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WTI) 원유는 배럴당 71.78달러, 국제비교 대상인 브렌트유는 76.05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일 대비 2.26%, 2.25% 올랐다. 김정식 교수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중동 불안으로 유가까지 치솟으면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겹친 복합위기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국제유가의 마지노선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 WTI는 100달러를 돌파했었다. 최근 들어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시설을 공격한다면 배럴당 200달러까지 수직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9월 물가상승률을 1.6%까지 끌어내렸던 국제 유가가 오르면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했던 국내 소비자물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9월 물가가 1.6%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국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던 2022년부터 누적 상승해 온 ‘스노볼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정부는 물가를 잡았더니 환율이 오르고, 금리를 내리니 (가계)부채가 커지고, 내수 부양을 하려니 수출이 떨어지는 ‘두더지 게임’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을 뒷받침해야 할 내수는 장기 부진 상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3분기 GDP 속보치에서 내수가 0.2%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도소매·숙박·외식업 등 자영업 분야는 여전히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만한 여력이 없다”며 “금리 인하로 부양 효과를 내기까진 시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을 통한 경제 성장은 거의 끝났다고 본다”며 “에어비앤비, 우버 등 민간에서 신산업이 등장할 수 있게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2024-10-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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