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전주곡 ‘코로나發 신3저’

경기 불황의 전주곡 ‘코로나發 신3저’

입력 2020-03-22 22:32
수정 2020-03-2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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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공식 깨진 ‘3저=경기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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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한민국의 초호황을 이끈 ‘3저 현상’(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이 30여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의미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3저 현상은 경기 호황의 시그널인데,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촉발한 ‘신3저’는 반대로 불황의 강력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0일 배럴당 28.67달러까지 추락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의 최초 발생(1월 20일) 직전 거래일인 지난 1월 17일(65.10달러)과 비교해 두 달 사이 36.43달러(56.0%) 폭락했다.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달러당 1246.5원으로 마감돼 같은 기간 87.1원 뛰었다. 기준금리는 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 1.25%에서 0.75%로 인하해 역대 최저다.

과거 3저는 경제 성장의 보증수표였다. 저유가는 원자재값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소비자는 물건값과 기름값이 싸져 소비를 늘렸다. 또 기업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일자리도 자연히 늘어나 가계소득도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났다. 저금리로 기업과 국민이 싼 이자로 대출받았고,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 3저 현상에 힘입어 1985년 7.8%였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86년 11.3%, 1987년 12.7%, 1988년 12.0%로 치솟았다.

하지만 ‘코로나발 신3저’는 불황의 전주곡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유가는 세계적인 수요 부진, 저금리는 경제활력 상실을 보여 주는 증거”라면서 “원화 가치가 낮아도 해외 수요자들이 다 앓아 누워 있는 상황이어서 수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 감소와 불확실성 확대로 유가가 싸져도 소비할 기업과 사람이 없고, 금리가 낮아도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히 저유가는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업종의 단가 하락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준다. 중동 산유국들의 수입이 줄면서 이들이 주요 고객인 국내 조선과 해양플랜트, 해외 건설 수주에도 악재”라면서 “코로나 공포로 정부가 돈을 줘도 소비하지 않고, 국경이 봉쇄돼 수출도 안 되기 때문에 3저는 더이상 경기 부양 요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0-03-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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