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비판 기조에 긴장
청와대가 30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을 내정하자 국토부 직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남성적인 색채가 강해 국장급 이상 간부에 여성이 한 명밖에 없는 국토부에 여성 장관이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에 국장급 여성 간부는 김진숙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이 유일하다. 국토부에서 고위 공무원 자리에 오른 여성 공무원은 김 청장이 처음이었다.
한 여성 과장은 “국토부는 기술이나 분야별 특성 때문에 여성 직원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10여년 전부터 여성 직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여성 직원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첫 여성 장관이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예산통’으로, 국토부 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른 적이 없어 국토부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김 의원의 국회의원 활동 경력도 국토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기재위나 예산결산특별위에서 예산 문제를 다루며 간접적으로 국토부 현안을 들여다볼 일은 있었겠지만, 국토교통위는 한 적이 없고 관련 법안도 대표발의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14~2015년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가계부채 특위 등에서 활동해 국토교통 분야를 들여다본 경험은 있다.
하지만 국토부로선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 등 새 정부 들어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국토부 장관 후보로 거의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정치인이 장관 후보가 돼 걱정이 없을 수 없는 분위기다.
그동안 의원 입각설이 힘을 받으면서 정치인 출신이 장관으로 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는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 때문에 국토 현안에 밝은 정치인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전평이 나왔던 터였다.
더욱이 김 내정자가 평소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던 터라 4대강 사업 정책감사와 수자원 업무 분리를 앞둔 국토부 직원들은 적잖이 긴장하는 표정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토부 직원들은 이날 TV를 통해 청와대의 장관 후보자 발표를 보면서 김 의원이 국토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배경 등을 이야기하며 저마다 분석을 내놓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예결위원장 활동을 했기때문에 국토부 업무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정무적인 판단력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토부에 여성 장관이 온다는 것은 참으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뜻”이라며 “어차피 장관은 큰 틀에서 보면서 정무적인 판단력을 발휘하면 되고 실무자들이 잘 뒷받침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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