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공약 재원 ‘넓은 세원→증세’ 단계로 마련

문재인 정부 공약 재원 ‘넓은 세원→증세’ 단계로 마련

입력 2017-05-24 16:31
수정 2017-05-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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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에 재정계획수립 태스크포스 설치 세출구조 개선 후 세원발굴·비과세감면 정비…“세율 인상은 마지막”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간의 큰 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구체적인 공약 실행방안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재원 마련 작업에도 착수했다.

참여정부를 비롯한 역대 정부들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 없이 장밋빛 그림을 그리다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원 확대, 대기업·고소득자 중심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추진하되 그래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세율 인상 등 증세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4일 국정기획자문위에 따르면 이날 설치가 발표된 재정계획수립 태스크포스(TF)는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소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공약을 실현하는데 얼마가 들어가는지, 이를 어떤 방식을 통해 마련할지 해법을 찾는 역할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에 따르면 ‘나라를 나라답게’ 하기 위한 소요재원 규모는 연평균 35조6천억원, 5년간 총 178조원으로 추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출 절감 등 재정개혁을 통해 연평균 22조4천억원(5년간 112조원)의 재원을, 소득세 및 법인세 강화 등 세법개정과 탈루세금 환수, 세외수입 확대 등 세입개혁을 통해 연평균 13조2천억원(5년간 66조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선 기간 내놓은 공약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국정과제 우선순위를 추리는 과정에서 조정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공약 201개를 100개로 통합·분류해 ‘국정 5개년 계획’에 넣겠다고 밝혔다.

어떤 공약이 우선적으로 반영되느냐에 따라 소요재원 규모가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이미 문 대통령이 지시한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과 관련해서도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조달 계획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세출 구조조정과 세원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정기획자문위 박광온 대변인은 “처음에는 세출구조 개선,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적 세수 증액, 세원투명성 확보를 위한 고소득자 및 임대소득 (탈세) 등을 바로 잡은 뒤 비과세·감면을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요불급한 곳의 정부 지출을 우선 줄여 꼭 필요한 곳으로 재원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상 처음으로 예산편성 추가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하면서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량지출을 10% 구조조정하고, 의무지출 절감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이른바 ‘넓은 세원’을 구현하기 위해 숨은 지하경제를 감시하고 고소득자·대기업 중심의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124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8%에 달했다.

지하경제는 과세 대상임에도 정부 규제를 피해 이뤄지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이런 숨어있는 세원을 포착하면 세수를 자연스럽게 증대시킬 수 있다.

비과세·감면도 꾸준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2017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 무분별한 조세지출 신설로 세법이 누더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자리 창출, 서민 지원 등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들여다보고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한다든지, 세정 측면에서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먼저”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 마지막 단계로 법인세 세율 인상 등 증세를 검토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에 착수한 것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각종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복지 수요를 감당하는 ‘증세없는 복지’를 주장했지만 ‘복지없는 증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정부 당시 국가 미래의 큰 그림을 보여줘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비전 2030’보고서 역시 발표 당시에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재정개혁과 효율적 공약 추진방향을 협의해가면서 성공적인 국정과제 추진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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