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명품·여행상품 등 소비자 영향은

<브렉시트> 명품·여행상품 등 소비자 영향은

입력 2016-06-26 10:52
수정 2016-06-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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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외환 시장이 출렁이자 국내 유통·관광업계도 향후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환율이 가장 큰 변수인데, 기본적으로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유로화 가치 동반 하락, 엔화 가치 상승 등이 점쳐지는만큼 단순 계산으로는 명품 가격 인하나 유럽행 여행 수요 증가 등이 예상된다.

중국인 관광객을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면세점 업계도 엔화 강세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환율 시장의 불안이 실물 경제의 위기로까지 이어지면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더 얼어붙을 우려도 있다.

◇ 유럽산 제품값 인하 가능성…소비심리 위축 우려도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 유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명품을 포함한 유럽산 수입 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24일 한 수입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환율 변동은 판매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환율 변화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유럽산 제품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유로화 약세가 심해지고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자 같은 명품 제품이라도 유럽과 아시아 가격에 큰 차이가 생겼다. 이에 따라 명품 브랜드 샤넬의 경우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을 20% 인하하기도 했다.

다만, 명품 가격 결정 요소 가운데 환율 변동 외 다른 변수가 많은데다 환율 급등락이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만큼 가격 조정이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가 급락하면서, 영국 쇼핑 사이트에서 파운드 표기 제품을 직구(해외직접구매)하려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버버리 등 영국 브랜드의 경우 브렉시트에 따른 가격 변동의 방향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버버리는 상당 비율의 잡화와 의류를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며 유로화를 결제 통화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로화 가치에 비해 파운드화 가치가 훨씬 많이 떨어지면 원자재 구입과 인건비가 늘어나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더구나 브렉시트로 영국산 제품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에서 빠지면,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브렉시트 때문에 급등한 엔화 가치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면세점 마케팅 담당자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가장 큰 경쟁국이 일본인데, 브렉시트로 유로화 약세와 함께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 면세점이 유리해진다”며 “우리나라 면세점은 상품 가격을 달러화로 표시하는 반면, 일본 면세점은 엔화로 표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환율 영향을 아직 예단할 수 없다거나, 그 영향의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상품을 사들일 때 달러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달러·홍콩달러·유로·원화를 다 쓰기 때문에 환율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전반적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브렉시트 이후 금융·외환시장 충격이 지속될 경우 경기가 더 나빠져 가뜩이나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 환율판도 변화…유럽여행 늘고 일본여행 위축될 듯

파운드·유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보다 많은 한국인이 유럽 여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파운드화나 유로화로 표시된 호텔 요금, 교통비, 식비 등이 상대적으로 싸져 여행객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단체 여행객보다 개별 여행객들의 경우 환율에 매우 민감하다”며 “브렉시트에 따른 환율 변동이 장기화될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이번 여름 휴가 여행지를 유럽으로 잡은 개별 여행객의 경우, 지금이 항공권·호텔·유레일 패스 등을 예약하기에 적기”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등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유럽인들의 발길이 줄어 들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해외 관광객 가운데 유럽인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아울러 브렉시트에 따른 엔화 가치 강세는 일본 여행 상품 수요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최종 결정된 24일 하루만에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선이 무너질만큼 폭등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4월 구마모토(熊本) 지진 이후 줄어든 일본 여행 수요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엔화가 너무 많이 올라 다시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일본 여행 상품 가격 자체가 오를 수 밖에 없는데, 일본을 대체할 마땅한 여행지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호텔업계에서도 브렉시트 여파에 따른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출장비와 접대비 등일 것”이라며 “이 경우 호텔업계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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