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불확실성 줄이기 위해 협상 개시 서둘러 ‘선장’ 없는 영국은 내부 정치 혼란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유럽연합(EU)와 영국이 탈퇴협상 개시 시점을 두고 팽팽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EU는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된 만큼 최대한 빨리 영국을 끊어내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지만, 영국은 올해 말에나 탈퇴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EU 고위 관계자와 회원국들이 한목소리로 영국의 빠른 탈퇴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의 외무장관들은 25일 베를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 절차를 빨리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장-마르크 에로 외무장관은 “긴급성이 요구된다”면서 “불확실성이 길어져 금융 시장의 혼란과 정치적 후폭풍이 지속하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은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C)를 세운 원년멤버들이다.
앞서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전체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리며 “EU 변호사들이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에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이 시점으로부터 2년간 회원국과 EU가 맺어온 무역 등을 새로 협상하도록 규정했다.
이 조약에 따라 탈퇴협상이 개시되면 2년 안에 자동탈퇴가 이뤄진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25일 독일 ARD 방송에 “영국 정부가 브뤼셀에 탈퇴를 알리는 서한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데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탈퇴협상이 즉각 시작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EU 정상 가운데에는 거의 유일하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만이 “(브렉시트 절차가) 오래 걸리지 않아야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하기 위해 애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국을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U로서는 충격파를 차단해 회원국의 추가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탈퇴 절차에 속도를 내고 싶은 상황이다.
실제로 다음달부터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슬로바키아에서 극우정당이 EU 탈퇴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기로 하는 등 도미노 이탈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국은 시간을 좀 더 달라는 입장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4일 사의를 밝히는 자리에서 “탈퇴협상은 새 총리 아래 시작돼야 한다”며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시기는 자신이 아닌 후임자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가 물러나고 후임 총리로 교체되는 시점은 올해 10월로, 일러야 10월에나 영국이 탈퇴 의사를 EU 측에 밝히게 된다.
탈퇴 진영의 선봉에 선 인사로,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점쳐지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마저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투표 이후 노동당 의원들이 제러미 코빈 대표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기하고 이에 코빈이 ‘반란 진압’을 위해 예비내각 장관을 해임하는 등 영국에서는 집권 보수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혼란이 극심해진 상황이라 탈퇴 협상에 당장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국민투표 이후 리스본조약 50조를 이행해야 하는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영국이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탈퇴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탈퇴에 이르기 전까지 길고 지루한 협상 절차가 남아있다.
우선 영국이 EU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면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하고 동시에 남은 27개 회원국이 영국의 탈퇴를 논의한다.
이어 영국과 EU가 교역, 관세, 이동의 자유 등을 협상한다. 협상 초안이 유럽의회에 전달되면 최소 20개 회원국에서 이를 승인해야 한다.
2년 안에 협상이 끝나지 않을 경우 자동 탈퇴처리 되지만 만약 27개국이 모두 동의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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