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경기부양 & 구조개혁…두 마리 사자 잡기

<경제정책> 경기부양 & 구조개혁…두 마리 사자 잡기

입력 2015-06-25 11:48
수정 2015-06-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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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추경 카드…지방·민간 재원도 활용

정부가 25일 발표한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경제활력 강화와 구조개혁 성과의 가시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두 마리의 ‘사자(獅子)’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이지만 외형상으론 경제활력 제고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가 큰 타격을 받아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위한 기초 체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경제 활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추경 등 재정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책들이 지나치게 나열식이어서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했다.

◇ 금리 인하에 이은 추경’쌍끌이’ 부양

정부는 경제 활력 강화를 위해 확장적 거시 기조로 경기 대응 노력을 배가하면서 분야별 활력 강화 정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2년 만에 다시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빼들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맞춰 추경 등 재정보강을 통해 통화와 재정 등 ‘쌍끌이 부양책’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방재정도 활용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집행률을 높여서 지방재정 지출을 약 3조원 확대하고 지자체가 추경으로 지역민생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 특별교부세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의 무역금융 14조원 확대 공급 등 정책금융도 활용하기로 했다.

민간의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자본과 연기금, 국책은행이 참여하는 10조원 규모의 ‘공동투자 플랫폼’도 만들기로 했다.

충분한 재정 보강과 함께 분야별 대책을 통해 경제 활력에 필요한 유효수요를 창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 연장을 앞두고 우려되는 청년 고용절벽을 막기 위해 청년 근로자 수가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한 기업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청년고용증대세제(가칭) 도입, 유망업종 등 중견기업의 청년 인턴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부진한 수출의 회복을 위해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메르스 영향을 받은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벤처육성 지원 방안 등이 그것이다. 자영업 경쟁력 제고, 가계소득 확충, 생계비 절감, 서민·중산층 자산형성 지원 등으로 소비 여건도 개선하기로 했다.

재정을 통해 경기의 큰 흐름이 꺽이지 않도록 하면서 지원과 육성이 필요한 부분을 골라 도와주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 구조개혁 성과 가시화에 주력

올해 하반기 구조개혁은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분야에서 성과와 체감 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노동분야에서는 청년고용 창출과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1단계 개혁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채용, 평가, 근로계약 종료 등 기업 인력 운영 전반의 합리적 원칙을 정립하고 실업급여 개편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높이기로 했다.

중단된 노사정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 하기로 했다.

기간제 파견법,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최저임금 산입임금 범위 확정 등은 노사정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금융은 규제의 원점 재검토, 비은행 금융사의 외국환업무, 핀테크 업체의 외환송금이 가능한 소액외환이체업 도입 등 금융사와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조치가 추진된다.

공공분야에서는 성과연봉제 확대, 저(低)성과자 관리제, 기관장 중기성과급제 등을 도입해 성과중심의 운영을 하고 지출 계획을 짤 때 재원조달 계획을 함께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제도 의무화 추진 등 재정준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도 계속 이뤄진다.

교육분야는 정원조정 선도 대학 도입 등으로 산업수요에 부합하는 인력 양성 지원을 확대하고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액이 교부액에 미달하면 다음해 교부금에서 차감하는 등 중앙-지방-교육청 간 연계를 강화해 지방교육재정의 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 가계부채 등 위험 요인 적극 대응

하반기에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관리도 강화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7월 중에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고정금리·분리상환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해 주택담보대출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고 주택도시기금의 유한책임(비소구) 대출 요건을 구체화해서 올해 내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유한책임대출은 집값이 하락해도 담보물(해당 주택)만으로만 대출상환의무를 한정하는 제도다. 대출 금액보다 집값이 떨어져도 담보 주택을 경매한 이후 남은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금리 인상 등의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가계대출의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다.

사모펀드(PEF)를 이용한 구조조정 활성화 등 선제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기업부채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외에 미국의 금리인상, 질병확산 등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보완해 대내외 위험이 발생했을 때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 추경 편성엔 공감…어디에 쓸지가 중요

경제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따른 추경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의 재원을 마련하면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현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경은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면서 “추경을 어디에 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추경이 소비성 지출에 많이 이용됐는데 관광 인프라 확충 등 투자성 지출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추경 말고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늘어난 부채는 결국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한다”고 추경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추경을 실시하면 추경 폭만큼 적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가 성장해야 세입이 확충돼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재정 보강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일부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신 수석연구위원은 “추경 효과가 크면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인 만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실장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개혁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고통이 따르지만 정부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부양 이외의 개별 대책 중 새롭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각 부처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모두 나열한 느낌이 든다”면서 “모든 사업이 중요하겠지만 정부가 역점을 두는 분야와 의지가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개별 대책으로 제시한 수출 경쟁력 강화, 해외투자 활성화, 벤처 육성 등은 이미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인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 해외투자 활성화, 벤처 육성 등의 구체적 내용을 7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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