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15%→ ±30%로
내년 1월 1일부터 주가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된다는 소식에도 주식시장은 무덤덤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거래를 늘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주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거래량 증가로 이익이 늘어날 증권업종은 큰 폭으로 올랐다.코스피는 12일 전날보다 2.10포인트(0.10%) 오른 2041.47에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 보면 증권업종이 2.73%로 가장 많이 올랐다.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주요 대책이 발표된 은행(2.40%), 운수창고(1.45%)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오름세로 출발, 장중 한때 2050을 넘어섰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가격제한폭 확대라는 희소식보다는 “미국 및 세계 경제 회복세는 실망 수준”(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이라는 언급처럼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딘 데다가 우크라이나, 이라크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과거에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실제 1996년 6월 가격제한폭을 6%에서 8%로 늘리고 단계적인 확대 방안까지 발표했지만 코스피는 발표 이후 한 달간 5% 하락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는 시장효율성을 높이고 주가의 적정 가치를 발견하는 순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증시 활성화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많이 오르면 팔고 싶고, 많이 내리면 사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가격제한폭 확대로 주식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주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NH농협증권(5.19%), 미래에셋증권(4.59%), KTB투자증권(4.23%), 우리투자증권(4.37%), 대우증권(4.11%), 동양증권(3.39%) 등 중소형사부터 대형사까지 증권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투자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가격제한폭 확대는 주식시장의 합리성을 높이는 조치”라며 “가격제한폭의 긍정적 측면이 다소 경시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하락한 1026.4원에 마감, 다시 1030원 아래로 떨어졌다. 피셔 연준 부의장의 언급으로 시장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빨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4-08-13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