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둔화에 개각설까지…경제회복 더뎌질 수도
세월호 참사의 쇼크로 한국경제가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관광, 외식, 광고 등 소비 둔화와 함께 참사의 원인을 놓고 개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상반기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27일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둔화하는 징후가 나타나 경제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를 볼 때 당분간 정책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내수활성화’로 보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분기(0.6%)의 절반인 0.3%에 그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5.6%에서 -1.3%로 곤두박질쳤다.
이 관계자는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지표에서 확인하듯 여전히 경기상황은 좋지 않다”며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은 여전히 불안요인이 있지만 연초보다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도 4.3% 늘면서 견조한 증가세를 이었다.
한파로 위축된 미국의 내수경기는 봄철을 맞아 회복기에 들어섰고 경착륙 우려가 있던 중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해 경기 반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변수는 내수와 정책이다.
설비투자와 소비의 회복속도가 더뎌 정부가 내수살리기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내수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숙박업계는 예약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음식점에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국내 최대여행사인 하나투어의 4~6월 예약률은 1년전의 48% 수준에 그쳤다.
A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16~22일 4.4%나 감소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불거지면서 정책불안 요인도 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움직임이 둔화했다. 지난주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취소됐고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일주일뒤 차관 주재로 바뀌었다.
실무급에서의 일상적인 업무는 돌아가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부처간, 부서간 정책협의조차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내수와 설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투입을 늘리거나 한은의 정책금융 기능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일단 국가적인 실의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초에 강하게 밀어붙이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규제개혁 등 추진 움직임도 쏙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계획대로 착착 진행중”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추진동력은 이달초에 비해 약화된 상태다.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개각설도 정책리스크를 키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해피아 등 관료 마피아의 관리감독 책임이 불거진 만큼 개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다만 개각에 따른 정부 정책의 결정 지연,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 등은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충격이 1~2개월 정도 갈 것으로 보면서도 세월호 구조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 경기상황을 진단해 경기부양책 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번 참사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9·11테러가 일어난 2001년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0.4%로 10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4~6월 일본의 성장률(-0.3%)도 뒷걸음쳤다.
오정근 학회장은 “소비가 3월부터 다소 둔화하고 있는데 세월호 사고까지 발생해 추가로 부담을 줄 것”이라며 “정부가 하반기에 쓸 재정을 상반기에 좀 더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에 유재원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 재난 후에는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투자가 일어나 브이(V)자를 보이며 회복한 사례가 많다”며 “이번 충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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