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서 카드 이용액이 줄었어요. 특히 심야 시간대가 심해요.”
내수 시장의 분위기를 통계로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카드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책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내수 회복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체감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자 이미 재정을 조기 집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1분기 민간소비는 0.3%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4분기의 0.6%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 세월호 참사 소비 위축 뚜렷…카드 이용액 4%대 감소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괜히 우울한 마음에 어디에 다닐 생각이 안 나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41)씨의 말이다. 김씨의 초등학교 6학년 딸은 교육부의 수학여행 중지 지침으로 애초 4월 하순으로 예정된 수학여행이 취소됐다.
수학여행이 취소된 딸을 놀이공원이라도 데려가서 위로해 줘야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생각뿐이다.
김씨 가족처럼 세월호 참사 이후 활동이 주춤해진 가계가 한둘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수학여행, 체험활동은 줄줄이 중단됐지만 영화관, 놀이공원 등을 찾는 발길은 줄었다. 주류 판매나 마트의 매출도 감소했다.
이는 카드사들의 개인 카드이용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형 카드사인 A사의 경우 세월호가 침몰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개인 카드이용액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하루 평균 87억원(4.4%)이나 감소했다.
그 한주 전(9∼15일)에는 전월 동기보다 하루 평균 13억원(0.6%) 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대형 카드사인 B사도 참사 전 1주일간(9∼15일) 개인 카드이용액이 전월 동기보다 4%가량 늘다가 참사후 1주일간(16∼22일)은 4% 줄었다.
◇ 국내 역대 참사영향은 ‘미풍’…세계적 재난 때는 충격
그러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역대 참사 때의 월간, 연간 지표를 보면 대형사고의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예를 들면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잠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참사의 충격이 줄면서 소비 지표는 이내 회복됐다.
실제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 29일) 전후의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 기준)는 5월 51.8에서 6월 53.1, 7월 54.3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1995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전기 대비 1.2%로 같은 해 1분기(4.3%)나 2분기(2.0%)보다 낮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3분기 증가율이 11.1%로 1979년 1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2003년 2월 18일)이 있던 2003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4분기보다 0.8%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증가했다.
양모승 통계청 사무관은 “과거 참사 때의 지표를 보면 큰 추세 변화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는 대규모 재난이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도 적지 않다.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3분기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때 일본은 연간 성장률이 -0.8%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들도 많다.
8만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쓰촨성 대지진(2008년 5월) 때 중국의 성장세는 견고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규모 외부충격(disasters)이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규모 외부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재해 특성, 대응 방식,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정책 리스크 커지나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제 여파에 대해서는 대체로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다.
유재원 건국대 교수는 “소비나 투자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골프장, 백화점 등 소비는 단기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는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한 소비 회복에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가세하면서 민간소비나 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추가 둔화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3.9%)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면 개각설이 이미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등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불투명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안전에 대한 미흡한 규제 문제가 거론된 만큼 정부의 핵심 정책인 규제개혁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할 수 있다.
경제부처는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통상적입 업무는 돌아가지만 정책구상, 협의 등 절차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하거나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정부를 향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개각설은 공무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오정근 학회장은 “개각을 하면 정부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내수 시장의 분위기를 통계로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카드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책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내수 회복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체감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자 이미 재정을 조기 집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1분기 민간소비는 0.3%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4분기의 0.6%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 세월호 참사 소비 위축 뚜렷…카드 이용액 4%대 감소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괜히 우울한 마음에 어디에 다닐 생각이 안 나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41)씨의 말이다. 김씨의 초등학교 6학년 딸은 교육부의 수학여행 중지 지침으로 애초 4월 하순으로 예정된 수학여행이 취소됐다.
수학여행이 취소된 딸을 놀이공원이라도 데려가서 위로해 줘야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직은 생각뿐이다.
김씨 가족처럼 세월호 참사 이후 활동이 주춤해진 가계가 한둘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수학여행, 체험활동은 줄줄이 중단됐지만 영화관, 놀이공원 등을 찾는 발길은 줄었다. 주류 판매나 마트의 매출도 감소했다.
이는 카드사들의 개인 카드이용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형 카드사인 A사의 경우 세월호가 침몰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개인 카드이용액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하루 평균 87억원(4.4%)이나 감소했다.
그 한주 전(9∼15일)에는 전월 동기보다 하루 평균 13억원(0.6%) 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대형 카드사인 B사도 참사 전 1주일간(9∼15일) 개인 카드이용액이 전월 동기보다 4%가량 늘다가 참사후 1주일간(16∼22일)은 4% 줄었다.
◇ 국내 역대 참사영향은 ‘미풍’…세계적 재난 때는 충격
그러나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역대 참사 때의 월간, 연간 지표를 보면 대형사고의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예를 들면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잠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참사의 충격이 줄면서 소비 지표는 이내 회복됐다.
실제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 29일) 전후의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 기준)는 5월 51.8에서 6월 53.1, 7월 54.3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1995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전기 대비 1.2%로 같은 해 1분기(4.3%)나 2분기(2.0%)보다 낮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3분기 증가율이 11.1%로 1979년 1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2003년 2월 18일)이 있던 2003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4분기보다 0.8%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증가했다.
양모승 통계청 사무관은 “과거 참사 때의 지표를 보면 큰 추세 변화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는 대규모 재난이 경제에 충격을 준 사례도 적지 않다.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3분기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때 일본은 연간 성장률이 -0.8%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들도 많다.
8만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쓰촨성 대지진(2008년 5월) 때 중국의 성장세는 견고했다.
이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규모 외부충격(disasters)이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규모 외부충격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재해 특성, 대응 방식,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 정책 리스크 커지나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제 여파에 대해서는 대체로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다.
유재원 건국대 교수는 “소비나 투자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골프장, 백화점 등 소비는 단기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는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한 소비 회복에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가세하면서 민간소비나 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추가 둔화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3.9%)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면 개각설이 이미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등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불투명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박 안전에 대한 미흡한 규제 문제가 거론된 만큼 정부의 핵심 정책인 규제개혁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할 수 있다.
경제부처는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통상적입 업무는 돌아가지만 정책구상, 협의 등 절차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하거나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정부를 향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개각설은 공무원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오정근 학회장은 “개각을 하면 정부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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