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매매가 대비 전셋값 70% 돌파 지역 속출

수도권에 매매가 대비 전셋값 70% 돌파 지역 속출

입력 2014-01-02 00:00
수정 2014-01-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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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수도권에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2일 KB부동산 알리지(www.kbreasy.com)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가율 70%를 넘어선 곳이 경기도 군포시(70.9%), 의왕시(70.2%), 수원시 영통구(70.5%), 장안구(70.2%) 등 4곳에 달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지방은 전세가율 70%를 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도권에서 전세가율 70% 돌파 지역이 한꺼번에 여러 군데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사례는 2002년 4월 서울 강북(72.1%), 2002년 3월 인천(71.4%) 정도였다.

군포, 의왕, 영통, 장안은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전세가율이 각각 69.3%, 69.5%, 69.7%, 68.6%를 기록했으나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으로 1개월 만에 70% 선을 돌파했다.

이들 지역은 소형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고, 집값이 비교적 싸며, 삼성전자가 배후에 자리한 수원 영통처럼 집을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젊은 층의 거주 비율이 높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이뤄지는 분기점이 전세가율 60%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전세가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집을 선뜻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가율도 지속적으로 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집을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여기는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추세로 볼 때 전세가율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연말 내놓은 2014년 부동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아파트 매매가는 0.9% 오르는 반면 전세가는 3.2%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올해 역시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이는 것도 전세가율의 지속 상승 관측을 뒷받침한다.

최근의 전세가 상승 흐름이 이어진다면 조만간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전세가율 70%를 넘는 지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성북구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전세가율이 69.1%에 달한다.

전세가율 상승과 맞물려 ‘깡통주택’에 대한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갑 위원은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이 대략 80% 초반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는다는 것은 전세 세입자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이 통째로 날아갈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일부 전세 수요자는 매매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높은 전세가율이 주택 구매로 연결되는 것이 과거에는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라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 이뤄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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