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깜짝인하…韓銀 아베노믹스 대응 나서나

기준금리 깜짝인하…韓銀 아베노믹스 대응 나서나

입력 2013-05-09 00:00
수정 2013-05-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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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글로벌 통화전쟁에의 대응이다. 특히 일본을 위시한 주요국뿐 아니라 최근엔 호주까지 금리를 최저수준까지 낮추며 완화 기조에 들어갔다.

국내적으론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와의 정책 공조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발을 맞춰 한은도 금리 인하로 엄호사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한은으로선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정부와 정치권, 시장의 금리 인하 압박에 끝끝내 굴복한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그간 하반기 경기가 반등한다는 ‘상저하고’ 경기인식 역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 김중수 아베노믹스 대응 나서나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는 한은이 외국 중앙은행들의 경쟁적인 금리 인하에 대응하는 조치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지난 10월 이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양적 완화 대열에 동참하면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압박도 커졌다.

한은과 금리변동이 가장 유사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호주중앙은행도 7일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둘 다 사상 최저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이달 0.25%포인트, 덴마크는 0.10%포인트 내렸다.

특히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은 엔저 공세를 날로 강화하고 있다. 대(對) 달러화 거래를 통해 정해지는 원·엔 재정환율은 8일 4년8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대가 깨졌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국제 공조란 것은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변화할 때 같이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리 인하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염두에 뒀다. 정부는 17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한은은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데 중앙은행이 동참하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금융환경을 완화적으로 해 추경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 깜짝 금리 인하, 효과는 있을까

한은은 금리 인하와 추경의 효과가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내년 0.3~0.4%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4%대가 넘는다.

또 이번 금리 인하로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란 추정도 내놨다.

그러나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4월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건설, 부동산, 해운. 조선, 철강 등 취약업종은 시장금리 수준과 상관없이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가 대기업의 조달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동성이 실물로 이어지지 못하고 한은과 은행 사이만을 오간다는 ‘유동성 함정’을 주장한다. 실제로 돈의 순환 정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3월 20.80배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다. 이는 돈맥경화 수준이다.

정부의 4·1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가계부채가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4월 주택대출은 작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3조원이 늘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대에 달하는 만큼 하반기에 물가가 치솟을 가능성 역시 우려된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금리 인하에 대출이 늘어나고 비생산·비효율적인 공공·기업·가계부문이 새 대출의 대부분을 써버리며 국내 수요가 약화하는 악순환 상황”이라며 “결국 한은으로선 그저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0.25%포인트 정도의 인하가 실물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 여력만 소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전날 연구원의 수정경제전망 발표 자리에서 “(금리를 한 번에 대폭 내리는 것이 아니니) 0.25%포인트를 내려야 앞으로 0.5%포인트, 0.75%포인트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정치권과 기 싸움에선 굴복

어느 쪽이든 이날 한은은 금리를 인하하며 정부·정치권과의 기 싸움에서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됐다.

8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국은행에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호주산 (나무)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의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며 “통화 당국은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계청·기획재정부와 벌인 ‘경기인식’ 설전에서도 한발 물러난 꼴이 됐다.

그간 한은은 ‘하반기 경기가 반등한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 전망을 했다. 그러나 범정부는 ‘이대로 두면 하반기 경기가 악화한다’는 ‘상저하추(上低下墜)’형 인식 하에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한은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였지만 같은 기간 통계청의 전(全) 산업생산은 0.1% 늘어다는데 그쳤다. 1분기 광공업 생산 역시 한은은 1.4% 증가했다고 봤지만, 통계청은 0.9%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집계하며 ‘경기인식 갈등’은 극에 달했다.

기획재정부도 ‘5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생산(3월 광공업생산 전월대비 -2.6%), 투자(3월 설비투자 -6.6%, 건설투자 -3.0%), 수출(4월 전년동월대비 0.4%) 등 주요 실물지표가 부진하다며 한은에 사실상 금리인하를 종용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경기전망은 지난달과 변화가 없다”며 “(전월이나 이달이나) 금리 동결 이유가 5개 있다면 인하도 5개 있는 상황으로, 이번엔 지난 달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라 말했다.

정부는 이날 금리 인하를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금리 인하 직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준금리 인하가 투자 등의 효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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