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출범 앞두고 서민금융상품 연체율 상승

행복기금 출범 앞두고 서민금융상품 연체율 상승

입력 2013-03-26 00:00
수정 2013-03-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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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출범을 앞두고 ‘채무 탕감’의 기대를 품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취급한 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대출·희망대출의 지난달 연체율은 지난달 5%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4.58%였던 연체율은 행복기금 지원 내용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올해 1월 4.88%로 0.30%포인트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5.14%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새희망홀씨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12월 2.56%에서 지난달 3.19%로 대폭 늘었다. 바꿔드림론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04%에서 14.35%로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부터 계속 상승했다.

미소금융 연체율은 지난해 9월 5.2%에서 12월 5.7%로 상승했다. 올해 1월에는 6.3%로 한 달 만에 0.6%나 늘었다.

새희망홀씨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2.6%에서 12월 2.4%로 낮아졌지만 한 달 만에 2.8%로 다시 늘어났다.

서민금융상품의 연체율 상승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로 서민의 채무 상환 여력이 떨어진 점이 우선 지목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체율이 급상승한 데는 행복기금 출범을 앞두고 빚 탕감을 향한 채무자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가 만약 연체자라도 ‘안 갚아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금 당장 행복기금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지원 대상이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심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은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자도 일부러 연체하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영업점에서 올라온다”면서 “6개월 이상 연체하면 행복기금에서 추가로 한두 번 처리해주지 않겠느냐는 잠재적인 도덕적 해이 의식이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25일 행복기금 운용 계획을 밝히면서 “행복기금은 일시·한시적 조치”라고 못박았지만, 현장에서는 추가 구제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헛된 기대가 만연한 셈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2003년 신용카드 위기 때 신용회복위원회가 출범하고서 그해 말에 또 배드뱅크 제도가 시행된 점이 연체율을 높이는 데에 주요한 요인이 됐다”면서 “앞으로 행복기금 요건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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