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교육 본보기된 「백남준회고전」/이헌숙기자(객석에서)

정서교육 본보기된 「백남준회고전」/이헌숙기자(객석에서)

이헌숙 기자 기자
입력 1992-09-02 00:00
수정 199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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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달 내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회고전」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루평균 4천명,주말에는 1만명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줄을 이어 이전시가 끝나는 6일까지 총관람객수는 13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86년 미술관 개관기념전으로 그해 8월26일부터 석달간 열린 현대미술전에 모두 24만1천여명의 관객이 다녀가 총수로는 아직껏 최고기록을 갖고있으나 1일평균으로 계산하면 이번 「백남준회고전」에 훨씬 못미치는 1천9백여명이었다.

올여름 미술계의 최대이슈로 꼽힌 이 「백남준회고전」은 이같은 단순수치면에서도 최대입장기록을 올렸지만 그 이전에 예술가와 감상자사이에 끊임없는 괴리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우리현실에서 시사하는바 매우 큰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이 전시회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하나의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진정 훌륭한 예술은 관객의 안목이 있고 없음에 관계없이,남녀노소를 가릴것없이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는 사실이다.

백씨 특유의 기발한 발상아래 연출된 1백50여점의 작품앞에서 다양한 신분과 연령의 관객들이 발길을 쉽게 떼놓지 못하는 모습을 과천현대미술관 7개의 전시실에서 허다하게 만날수 있다.

게다가 이 관람객들중에 국민학생과 청소년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우리박물관문화의 역할과 예술문화를 통한 정서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일면이다.그토록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쇄도한 것은 많은 보도로 학부모와 교사들이 앞장서 인도한 이유도 있고 또 백씨의 예술소재가 요즘 어린이세대에 걸맞는 최첨단비디오예술이라는데 직접적인 원인을 들수있다.

그러나 그 이유야 어쨌든 평소같으면 현대미술관옆 서울랜드에만 넘쳐나던 어린이·청소년들의 행렬이 미술관 문앞에 이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방학숙제때문에 친구들이랑 왔는데 전시회란게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줄 몰랐어요』

전시장에서 만난 한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인 예술가 백씨가 이번 회고전을 통해 고국에 남긴 가장 값진 성과는 바로 그 소년의 얘기에서 찾을수 있다.

전시개막전 1주일여를 미술관에 묻혀 작품진열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손봐 미술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백씨는 우리의 2세들에게 예술의 향기에 묻혀살수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는가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본보기로 보여준 셈이다.<이헌숙기자>
1992-09-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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