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평가전 부진 비판 혼자 견디고 박주영 조기교체 ‘신의 한수’… 러 카펠로에 판정승
홍명보(4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큰형님 리더십’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파비오 카펠로(68) 러시아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가자, 대한민국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8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쿠이아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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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대표팀은 18일 러시아전에서 정신적인 안정감을 바탕으로 경기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평가전 부진은) 월드컵을 향한 정교한 계략 중 일부였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홍 감독은 큰형님 리더십에 집착하지 않고 카펠로 감독 못지않은 용병술을 발휘하기도 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깨고 수많은 비판을 감수하며 브라질로 데려간 원톱 박주영(아스널)이 후반 들어 스피드가 떨어지자 곧바로 조기 교체의 승부수를 던졌다.
한 골이 필요한 시점에 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공격수를 예상보다 이른 시간인 후반 11분에 벤치로 불러들인 것이다. 대신 투입된 이근호(상주 상무)는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다가 후반 23분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려 ‘큰형님’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물론 카펠로 감독의 관록도 녹록지 않았다. 실점한 지 3분 만에 유리 지르코프(디나모 모스크바) 대신 페널티 박스 내에서 움직임이 좋은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제니트)를 투입했고 케르자코프는 투입된 지 3분 만에 문전 혼전 속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연봉이 8억원에 불과한 홍 감독은 115억원에 달하는 카펠로 감독과의 신경전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며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동생들의 기운을 북돋웠다. 전반 37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상대 선수와 충돌해 쓰러지자 홍 감독은 주심을 향해 소리를 치며 경고를 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지켜본 카펠로 감독이 홍 감독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홍 감독은 이에 질세라 손가락으로 카펠로 감독을 가리키며 설전을 주고받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4-06-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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