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보단 소통… 스마트폰 뺏는 순간 꼰대 됩니다”

“호통보단 소통… 스마트폰 뺏는 순간 꼰대 됩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19-08-30 00:56
수정 2019-08-3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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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 광화문 라운지 초청 강연

30대 지도자 생활할 땐 권위적 스타일
제자들 뒷담화 듣고 정신 번쩍 들었죠
지시만 하면 선수들 못 받아들일 수도
U20 성공 키워드 ‘자율 속의 규율’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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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오른쪽)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서형욱(왼쪽) MBC 해설위원의 사회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 라운지’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과 지도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정정용(오른쪽)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서형욱(왼쪽) MBC 해설위원의 사회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 라운지’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과 지도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어린 선수들이 가장 중시하는 스마트폰을 뺏는 순간 꼰대가 됩니다.”

정정용(50)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광화문 라운지’에서 ‘대표팀 공격수 조영욱(20·FC 서울)이 스마트폰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1999~2000년대생이 주축인 개성 강한 23명의 선수를 ‘원팀’으로 만들며 지난 6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 쾌거를 이룬 정 감독은 성공 키워드로 ‘공동의 목표의식’, ‘자율 속의 규율’, ‘책임은 내가 진다’, ‘모두가 주인공’을 제시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같은 꿈을 꾸고, 스스로 규율을 지키되,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짊어지는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여기에 정 감독은 소외되는 선수가 없도록 고른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청춘들의 마음까지 보듬었다.

‘호통보다 소통’을 내세워 젊은 선수들에게 녹아든 정 감독이지만 처음부터 소통의 달인은 아니었다. 그는 이날 30대에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자신도 여느 감독과 마찬가지로 일방적 지시를 쏟아 내는 권위적인 스타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정 감독은 “한 중학교 축구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늘 열정적으로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걸 다 가르쳤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어느 날 화장실에 있는데 선수들이 내가 있는 줄 모르고 ‘감독이 가르치는 거 반도 못 알아듣겠다’고 하더라. 화장실에서 30분 동안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날 제자들의 화장실 뒷담화가 정 감독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 감독은 “내가 지시를 한들 선수들 입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호통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 출전 전 ‘목표는 우승’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선수들에게 즐기는 축구를 주문하면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대회 성적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국대 축구판에서 ‘선수들이 즐거운 축구’가 감독 자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었다. 정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의 부담이 커 자기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 ‘결과는 내가 다 감수할 테니 후회하지 않게 즐기며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고 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나온 비장의 무기가 바로 선수들과 공유했던 ‘전술노트’였다.

U20 준우승 이후 해외 리그의 러브콜을 받았던 정 감독은 지난 20일 대한축구협회와 2021년까지 U20 감독직을 유지하기로 재계약했다. 정 감독은 “이때 아니면 새로운 축구 문화를 만들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19-08-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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