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 치중’ 우려 씻고 ‘머리 아닌 발로’ 선제골 폭발
‘고공 폭격기’ 김신욱(25·울산)이 마침내 국가대표팀에서 발로 골을 만들어내면서 홍명보호(號) ‘원톱의 탄생’을 알렸다.김신욱은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의 강호’ 러시아(국제축구연맹 랭킹 19위)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6분 만에 김신욱은 코너킥 이후 손흥민(레버쿠젠)의 헤딩슛이 상대 수비수 머리를 맞고 떨어지자 이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차 넣었다.
2012년 6월8일 카타르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이후 1년 5개월 만에 터진 천금 같은 A매치 두 번째 골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김신욱이 처음으로 뽑아낸 골이기도 하다.
김신욱과 국가대표팀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득점이다.
7월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인 동아시안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신욱은 한 번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8월 평가전을 앞두고는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맛봤다.
196㎝의 장신인 김신욱에게는 한동안 ‘헤딩에만 치중하는 반쪽 공격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매 경기 마땅한 원톱 공격수가 없어 고민하면서도 홍명보 감독이 동아시안컵 이후 김신욱을 선뜻 부르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신욱은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대표팀 재입성을 준비했다.
대표팀 선발을 염두에 두고 발밑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등 ‘홍명보호’에 적합한 선수가 되려 노력했고, “1분이 주어져도 좋다”면서 대표팀 합류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후 소속팀에서 발도 잘 쓰는 진화한 모습으로 득점 행진을 이어간 그는 결국 스위스 및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4개월 만에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절치부심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15일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김신욱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공격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 가능성을 보였다.
2선을 넘나들고 측면도 오가며 다른 공격수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공중볼 확보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홍명보 감독은 이 경기를 마치고 “김신욱은 헤딩도 좋지만, 기술도 우수하다. 김신욱의 활용이 준비한 대로 맞아떨어졌다”며 그를 다시 보게 됐음을 밝혔다.
김신욱이 ‘머리와 발을 겸비한 선수’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동아시안컵 때는 모든 선수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던 홍 감독은 이 경기에서 ‘김신욱 사용설명서’를 찾아낸 듯했다.
아쉬운 건 단 하나, 바로 득점이었다.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했던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김신욱은 팀이 요구하는 골로 답했다.
팀이 1-2로 역전패한데다 김신욱은 왼쪽 발목 부상으로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남태희(레퀴야)와 교체됐지만 브라질 월드컵으로 가는 길을 한층 넓힌 것은 분명했다.
김신욱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홍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고맙다. 나에게 잘 맞춰주고 내가 잘 할 수 있게 플레이를 해줬기 때문에 상대가 얼마나 강하냐는 중요치 않았던 것 같다”며 홍명보호에서 첫 골을 넣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른 것을 떠나서 팀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팀에 녹아들어 팀이 잘 되기 위한 스트라이커가 되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