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매닝·브래디와 팀 맺고 2대2 경기
필 미컬슨(왼쪽)이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메달리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라이벌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맞대결 이벤트에서 우즈가 지켜보는 가운데 1번홀 티샷을 날리고 있다.
호브 사운드(미 플로리다) EPA 연합뉴스
호브 사운드(미 플로리다) EPA 연합뉴스
US오픈 메달 도발한 우즈, 1홀 차 승리
2년 전과는 달랐다.
25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메달리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의 두 번째 대결 ‘더 매치 챔피언스 포 채리티’.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출신의 페이튼 매닝, 톰 브래디와 각각 한 편이 돼 빗속에서 펼쳐진 이날 2-2 매치플레이는 TV를 통해 흘러나온 두 라이벌의 ‘트래시 토크’(상대를 자극시키는 말)가 감칠맛을 더해 줬다. 2018년 우즈와 미컬슨의 첫 맞대결 때도 방송 중계팀은 선수들의 골프복 셔츠에 마이크를 달아 생생한 트래시 토크를 유도했지만, 당시 두 선수는 별 말을 하지 않아 팬들의 빈축을 샀다. 이번엔 그때처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듯 이번 대결에서 두 선수는 작심한 듯 트래시 토크를 불사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150만 달러가 걸린 ‘장타 챌린지’홀(1번홀) 티 박스에 선 반바지 차림의 미컬슨이 “벌써 내 종아리가 꿈틀대는군”이라고 먼저 도발했다. 50세의 미컬슨은 2년 전부터 ‘피트니스광’으로 변했고, 그의 종아리 근육은 사이클 선수처럼 단단하고 조각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옆에 서 있던 우즈는 “둘이 경기할 땐 매번 듣는 소리”라며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정식 대회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트래시 토크 신경전이었다.
우즈는 5번홀에서 도발에 나섰다. 단 한 개의 클럽으로만 경기하는 ‘원 클럽 챌린지’가 펼쳐진 이 홀에서 미컬슨은 6번 아이언을 들고 나섰다. 그는 깃대를 80야드 남겨 두고 세 번째 샷을 준비하면서 홀 1.8m 떨어진 곳에서 파 퍼트를 남겨 놓고 있던 우즈에게 ‘마크’(공을 치우는 대신 있던 자리를 표시하는 것)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우즈는 미컬슨의 US오픈 ‘무관’을 겨냥해 “US오픈 메달로 마크해 줄까”라며 놀렸다. 그러자 미컬슨은 “메달? (은)메달이라면 나도 여러 개야”라고 응수했다. 미컬슨은 6차례나 2위에 그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일궈내지 못한 바 있다. 이날 경기는 우즈-매닝 조가 1홀 차로 이겼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5-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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