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우승 전인지
전인지(하이트진로)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전인지는 LPGA 두번째 우승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두는 기록까지 세웠다. 전인지가 우승 뒤 밝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16.9.19 [LPGA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전인지는 두드러진 강점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압도적인 장타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아이언샷이나 퍼팅이 남달리 빼어나지도 않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휩쓸 때 전인지는 장타 부문 10위, 아이언샷 정확도 4위, 평균 퍼팅 10위였다. 그러고도 평균타수 1위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장타 부문 66위, 아이언샷 정확도 18위에 평균 퍼팅은 4위다. 하지만 평균타수는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이어 두번째다.
전인지는 메이저대회 성적이 유난히 좋다.
한국에서도 3년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올렸다. 통산 우승 5번 가운데 67%가 메이저대회에서 나왔다.
프로 첫 우승도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거뒀다. 지난해에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등 2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을 따냈다.
해외 원정 때는 메이저 편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에비앙 챔피언십을 포함해 해외 투어에서 올린 4차례 우승을 모조리 메이저대회로 장식했다.
LPGA 투어 루키 시즌인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한번, 준우승 한번을 포함해 세번 ‘톱10’에 들었다.
전인지가 메이저대회에서 유독 빼어난 성적을 올리는 비결은 유별난 강점은 없지만 약점이 없는 경기 스타일이다.
전인지는 못하는 게 없다.
폭발적인 장타는 아니라도 파4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으면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리는데 지장이 없을만큼 멀리 보낸다. 파5홀에서 라이가 나쁘지만 않다면 투온을 노릴 수 있다. 어느 정도 장타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아이언샷이나 퍼팅 역시 정상급 선수로서 빠지지 않는 기량이다. 쇼트게임과 벙커샷도 실수가 많지 않다.
게다가 전인지는 모든 클럽을 골고루 잘 다룬다.
선수마다 드라이버, 롱아이언, 미들아이언, 웨지, 퍼터 가운데 잘 다루는 클럽이 따로 있다. 전인지는 특별히 잘 다루는 클럽도 마땅히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다루지 못하는 클럽도 없다.
14개 클럽을 골고루 다 써야 하는 메이저대회에서 이런 능력은 요긴하다.
무엇보다 전인지는 영리한 경기를 펼친다.
메이저대회일수록 함정이 많다. 영웅적인 샷에 대한 보상보다는 잘못 친 샷에 징벌이 더 큰 코스 세팅이다.
전인지가 그린 적중률이 빼어나지 않으면서도 평균 스코어가 좋은 이유는 실수한 샷이라도 치명적인 장소는 피하기 때문이다. 실수할 때 실수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코스 매니지먼트는 전인지의 숨은 무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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