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하는 전인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 뱅 에비앙 리조트GC에서 열린 LPGA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전인지가 티샷 후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있다. 2016.9.18 [LPGA제공=연합뉴스]
전인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두번째 우승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전인지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석권했고 US여자오픈과 2차례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했지만, 눈높이를 일부러 낮췄다.
비회원으로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다가 우승하면서 이듬해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 가운데 의욕만 앞세우다 연착륙에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전인지는 ‘우승’ 또는 ‘신인왕’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첫 번째 목표는 ‘연착륙’으로 잡았다. 투어 분위기에 젖어들고 이동, 숙박 등 투어 생활에 적응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었다.
신인으로서 시즌이 끝날 때 상금랭킹 10위 이내에만 들면 ‘OK’라는, 어찌 보면 소박한 목표였다.
내심 우승 한 번이나 신인왕을 차지하고 싶다는 포부는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욕심은 무리를 부르고 무리하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있어도 롱런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소망은 포기하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이었다.
그런 전인지가 연착륙을 넘어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으니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신인왕도 확정적이다. 어떤 신인도 남은 투어 일정상 메이저 챔피언을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포부도 이뤘다.
하지만 전인지의 이런 성공적인 LPGA 투어 루키 시즌은 순탄한 경로를 밟은 것만은 아니다.
전인지는 올해 16개 대회밖에 치르지 못했다. 이른바 ‘싱가포르 공항 가방 사건’ 여파다.
전인지는 루키 데뷔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혼다 클래식에서 2위에 올랐다. 잘 나가던 전인지는 3월 싱가포르 공항에서 여행 가방에 부딪혀 허리를 다쳤다.
부상 후유증으로 한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LPGA 투어에 조속한 적응에도 차질을 빚었고 무엇보다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 경쟁에서 크게 불리했다.
한 달간 치료와 재활은 고통스러웠지만,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복귀 이후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전인지는 무난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부진과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곤 하는 ‘뒷심 부족’ 논란으로 전인지는 마음고생을 했다.
투어 일정이 막판으로 접어드는 시점이라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분위기를 확 바꿨다.
이번 우승으로 전인지는 가방 사건 후유증과 리우 올림픽 부진에 따른 마음의 빚은 말끔하게 씻어냈다.
특히 전인지는 박인비(28)가 빠진 LPGA 투어 ‘코리언 시스터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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