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 경질로 폭발한 불공정 후폭풍
허민
허민 키움 이사회 의장의 ‘기행’에 가까운 행위로 야구계가 분개하는 상황에서 결국 문화체육관광부가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키움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13일 “마침 방역 대책과 관련해 KBO와 접촉한다”며 “최근 불거진 키움 문제는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파장이 있어 지켜보고 있다. KBO와의 협의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오고 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KBO에 의견을 내는 것이 자칫 내부 문제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정의’라는 국정 철학에 반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키움은 손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전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3위 팀인데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든 것과 연봉을 보전해 줄 필요가 없는 자진사퇴인데도 내년 연봉까지 준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손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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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장정석 전 감독 경질 과정에서도 수석코치 인선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번 시즌엔 지방 원정 중인 손 감독을 서울로 불러 선수 기용과 관련한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은 타 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어 구단주 개인의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막을 장치가 없다.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를 표방했지만 현장 간섭이 지나쳤고 감독은 성적이 아닌 프런트와의 마찰 문제로 경질됐다. 이순철, 김인식 등 야구인들은 키움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분노를 나타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갑질도 횡포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체부는 조만간 키움사태와 관련해 지난 3월 이장석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키움 주주가 문체부에 요구한 KBO 감사 청구건에 대한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주들은 이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에 대한 KBO 상벌위원회의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며 키움이 류대환 KBO 사무총장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개 구단 대표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트시즌 운영방안과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운찬 총재 후임으로 정지택 전 두산 베어스 구단주대행을 추천하는 건에 대해서 의결했다. 키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KBO가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10-14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