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환호·박수에 응원소리 쩌렁쩌렁
감독·심판들 마이크 착용해 현장감 느껴ESPN “무관중, 생각만큼 어색하지 않아”
시시각각 변하는 관중 표정 못 봐 아쉬워
프로야구, 어린이날 무관중 개막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두산 대 LG 경기.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다음 달 5일 어린이날 ‘무관중’ 경기로 개막한다. 2020.4.21 연합뉴스
관중의 함성은 없지만 양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힘차게 질러대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공 하나하나마다 터져 나오면서 경기의 박진감을 더해 주고 있다. 관중석에서는 치어리더 등 응원단이 율동과 함께 응원을 펼치고 스피커에서는 귀에 익은 응원가가 울려 퍼지면서 TV 시청자들은 마치 관중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지난 16일 한화 응원단은 전매 특허인 “최강 한화” 육성 응원을 사전에 녹음된 실제 관중 함성 소리로 경기장에 내보내기도 했다. 농구나 배구는 코트가 작아 화면에 텅 빈 관중석이 자주 나타났던 것과 달리 그라운드가 넓은 야구는 화면에 관중석이 비교적 자주 안 잡히는 데다 투수와 포수를 중심으로 한 클로즈업 샷이 주를 이루는 점도 무관중을 실감치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원래부터 경기장 직관(直觀)보다는 TV로 경기를 관람해 온 팬들 입장에선 별 차이를 못 느끼는 측면도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역으로 무관중 경기가 경기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어 더 좋다는 팬들도 있다. 무관중 경기에서는 원정팀 공격 때는 응원가가 울리지 않고 홈팀 공격 때도 유관중 경기만큼 시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방송사들이 감독이나 심판, 코치 등에게 마이크를 착용케 해 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경기 중 은밀한 대화를 시청자들이 듣게 된 것도 쏠쏠한 재미다. 지난 15일 롯데와 두산 경기 주심이 어처구니없게도 선수에게 물어본 뒤 판정을 내리는 육성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파문이 일었고 결국 다음날 그 심판은 2군으로 강등되는 일도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미국 전역에 중계하는 ESPN은 17일 “한국 프로야구는 7월 무관중 개막을 목표로 하는 메이저리그에 무관중 경기가 생각만큼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경기 중 관중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없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이 텅 빈 관중석을 뒤로하고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은 무관중 경기의 한계라 할 수 있다. ESPN은 “미국 팬들은 배트플립(빠던)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지만 아직 관중석이 가득찬 한국 야구의 진짜 재미는 모른다”며 “야구팬들로 가득찬 스타디움은 흡사 BTS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05-18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