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패럴림픽, 아내 위한 첫 도전

5번째 패럴림픽, 아내 위한 첫 도전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8-18 22:34
수정 2021-08-1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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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금메달 도전하는 ‘휠체어 탁구 자존심’ 김영건

16세 때 재활 위해 잡은 라켓이 운명
신혼 즐길 틈도 없이 합숙 ‘강제 별거’
개인전 金 목표지만 단체전도 노려
탁구 19명 최다 출전… 메달밭 기대
“애국가 울려 국민께 또 한번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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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탁구대표 김영건이 지난달 5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날카로운 눈으로 공의 궤적을 바라보며 받아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 김영건은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이 잘하고도 아깝게 졌는데 올림픽에서 못딴 메달을 패럴림픽에서 꼭 따겠다”며 탁구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 탁구대표 김영건이 지난달 5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날카로운 눈으로 공의 궤적을 바라보며 받아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 김영건은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이 잘하고도 아깝게 졌는데 올림픽에서 못딴 메달을 패럴림픽에서 꼭 따겠다”며 탁구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올해 1월 23일에 결혼했는데 꼭 메달을 따서 아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벌써 5번째 패럴림픽이지만 김영건(37)에게 오는 24일 개막하는 도쿄패럴림픽은 더 특별하다. 탁구 선수로서의 남편을 잘 모르는 아내에게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18일 탁구·수영 대표팀 등 한국 선수단 본진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그는 그렇게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따내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김영건은 중학교 1학년이던 1997년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16세 때 재활을 위해 집 근처 복지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난 문창주 청주장애인탁구팀 감독이 라켓을 쥐여줘 인생이 바뀌었다. 이후 그는 장애인 탁구 대표팀의 터줏대감이 됐다.

첫 패럴림픽이었던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남자 단식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김영건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남자 단식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을 추가했다. 5년 전 리우 대회에서도 남자 단체전 정상에 서며 금메달 개수를 4개로 늘렸다. 이번 도쿄패럴림픽에서는 김영건을 포함해 탁구 대표팀 19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선수만 따지면 전체 86명 중 출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이다. 메달 전망도 밝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탁구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를 예상했다.

그 중심에 있는 김영건은 “개인전 금메달이 우선 목표”라며 “개인전이 잘되면 단체전 부담도 덜어 김정길 선수와 함께 또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신에게 쏠린 기대에 대해서도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그는 “매번 부담감이 있지만 이겨내야 한다”며 “같은 선수 입장에서 도쿄올림픽을 보며 가슴이 벅찼는데 빨리 가서 나도 애국가를 울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께 감동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겪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신혼의 즐거움을 누릴 새도 없이 합숙에 들어간 김영건처럼 모든 선수가 외출·외박은 물론 면회까지 제한된 상황에서 훈련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국제 대회 공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경식 탁구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만 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대회는 준비할 게 너무 많아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긴장감도 많았는데 홀가분하게 합숙을 끝냈으니 메달 획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은 장애를 뛰어넘어 일반인과 똑같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걸었다”며 “메달을 떠나 국민들이 많이 응원해주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도쿄로 떠났다.
2021-08-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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