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는 지금] 러시아 선수 도운 캐나다 코치, 메달보다 빛난 올림픽 정신

[소치는 지금] 러시아 선수 도운 캐나다 코치, 메달보다 빛난 올림픽 정신

입력 2014-02-13 00:00
수정 2014-02-1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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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기상천외한 해프닝으로 얼룩지고 있는 이번 대회지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장면도 나오기 마련.

안톤 가파로프(왼쪽·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1.5㎞) 준결선 도중 넘어져 스키 플레이트가 두 동강 나자 캐나다 대표팀 코치인 저스틴 워즈워스가 달려와 여분의 장비로 갈아 끼워 주고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안톤 가파로프(왼쪽·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1.5㎞) 준결선 도중 넘어져 스키 플레이트가 두 동강 나자 캐나다 대표팀 코치인 저스틴 워즈워스가 달려와 여분의 장비로 갈아 끼워 주고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지난 11일(현지시간)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 프리스타일(1.5㎞) 준결선 1조에서 근래 찾아보기 힘든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 선수 안톤 가파로프가 경기 도중 크게 넘어진 뒤 바로 일어나 다시 출발했지만 이미 다른 선수들은 한참 멀어진 상태였다. 완주할 생각으로 계속 달린 그의 왼쪽 스키는 결승선 근처 언덕에서 결국 반으로 쪼개졌다.

이때 한 남성이 스키 한 짝을 들고 가파로프에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부러진 스키를 자신이 가져온 것으로 갈아 끼워줬다.

캐나다 대표팀 코치인 저스틴 워즈워스였다. 그는 다른 코치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다가 가파로프가 곤경에 빠진 것을 보고 캐나다 선수들을 위해 남겨놓은 예비 스키를 건넨 것이다. 워즈워스는 나중에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덫에 갇힌 것처럼 보여 지나칠 수가 없었다”며 “그가 결승선을 통과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파로프는 다른 선수보다 2분 이상 뒤처져 조 꼴찌(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관중들은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열렬하게 반겼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12일 “올림픽에서 단지 메달과 시상대, 기록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칭찬했다.

한편 초정밀 시계 제조 브랜드 오메가가 공식 스폰서로서 제공한 ‘전자 스타팅건’이 부정출발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경기운영에 차질을 빚어 망신살이 뻗쳤다.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예선 도중 예카테리나 로비셰바(러시아)가 부정출발했는데도 총성 뒤 2초 안에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기면 울려야 할 총성이 울리지 않은 것. 이에 따라 2회 연속 부정출발로 실격됐어야 할 로비셰바가 완주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심판진도 기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로비셰바와 함께 뛴 장훙(중국)이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 이후 다섯 번째 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오작동은 바로잡히지 않아 호루라기로 부정출발을 알렸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02-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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