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 빙속 2연패…”’깜짝 금메달’이란 말 듣기 싫어 열심히 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뒤 케빈 코치를 보며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화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후 관중의 환호에 답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5위에 그치고 아쉬움의 눈물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우승을 차지하고는 환희의 눈물을 흘린 그는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눈물이 났다”면서 “그동안 훈련해온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37초42, 2차 레이스에서 37초28을 기록했다.
1차 레이스 성적이 조금 부족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월드컵처럼 치르려 했는데 경기장에 나오니 긴장이 되더라”면서 “1차 레이스에 조 편성이 좋지 않아 상대 선수가 첫 100m에서 나와 발을 맞춰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레이스는 혼자 탄다는 생각으로 탔다”면서 “1차 레이스에서 다른 선수들의 기록이 좋아서 신경 쓰이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2차 레이스에서는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친 이상화는 “끝나고 나니 ‘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2연패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성공해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짜릿한 마음을 표현했다.
또 “세계 신기록과 올림픽 우승 모두 기분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곳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쥔 그는 “지난해가 빙질이 더 좋고 느낌도 더 나았는데 어떻게 오늘 올림픽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했는지 저도 긴가민가하다”며 웃었다.
무릎 상태에 대해서는 “무리하면 물이 차고 아파서 재활을 병행하고 있지만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2연패 비결을 묻자 “올림픽은 아무도 모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2연패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섰다”고 밝혔다.
준비 과정에서는 “스타트 훈련도 도움이 됐지만 체중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밴쿠버 올림픽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 ‘반짝 금메달’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그의 승리욕을 자극했다.
이상화는 “’반짝 금메달’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더 꾸준히 열심히 연습해 이 자리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단거리 여제’의 자리를 굳건히 한 그는 13일 1,000m 경기를 남기고 있다.
그는 “1,000m에서는 메달을 따려 하기보다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서 “숙소 앞에 바닷가가 있는데, 보안이 철통 같아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번 가보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첫 경기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모태범, 이승훈(이상 대한항공) 등 동료들에 대해서도 “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내 기운을 받아 남은 경기에서 잘할 것”이라고 덕담을 잊지 않았다.
많지 않은 나이에 잇달아 역사적인 업적을 이루면서 4년 뒤 안방에서 열릴 평창 올림픽에서도 이상화의 ‘쾌속 질주’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상화는 말을 아꼈다.
그는 “밴쿠버 올림픽이 끝났을 땐 소치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4년은 저에게 아직 먼 시간”이라면서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