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빙속 女 500m 2연패
‘한 치의 실수라도 냉정하게 반영되는 것, 그것이 시합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 또다시 나에게 찾아온 결전의 날. 반갑다 또 도전할게. 잘해 보자!’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25·서울시청)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출사표다.이상화가 11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벌어진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 1차 레이스에서 브리트니 보를 따돌린 뒤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소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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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는 자기 내면에 있는 꾀병인 것 같아요. 마음속 어디엔가 하기 싫은 구석이 있는데 슬럼프를 핑계로 안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반대로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이상화는 밴쿠버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11년 발목 부상 후유증이 괴롭혔다. 그러나 ‘꾀병’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한 이상화에게 당시는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일시적인 정체기였다.
이듬해 3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 기분 좋게 시즌을 마친 이상화는 2012~13시즌부터 ‘무적’이 됐다. 같은 해 열린 월드컵에서 8차례 레이스 연속 금메달을 따 예니 볼프(독일)가 갖고 있던 5회 연속 기록을 무너뜨렸다.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6차 대회에서는 36초8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유징(중국)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36초94)을 새로 썼다.
올 시즌은 더욱 완벽한 진화였다. 월드컵 1차 대회부터 내리 7차례 금빛 레이스를 그렸고, 세 차례나 더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작성한 36초36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다. 바로 밑 왕베이싱(중국)의 기록도 36초85로 0.49초나 차이가 난다.
이날도 이상화의 적수는 ‘이상화’뿐이었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4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2위 올가 팟쿨리나(러시아·37초57)보다 0.15초 여유 있게 앞서더니 2차 레이스에서도 올림픽 신기록인 37초2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여자 500m 연패에 성공한 세 번째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이상화는 하늘도 외면할 수 없었다.
소치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2-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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