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준비한 올림픽 ‘인정받는 무대’ 돼야…마지막 경기는 ‘내 스타일’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신고하지 못한 후배들을 위로했다.<올림픽> 이규혁 ‘달린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이 10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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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타이틀 방어에 나선 후배 모태범(25·대한항공)이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규혁은 “모태범은 이미 정상급 선수”라면서 “오늘은 진정한 모태범이 아니었을 뿐 다른 날이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라고 격려했다.
지난 8일 남자 5,000m에서 12위에 그친 이승훈(26·대한항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규혁은 “이승훈과 모태범 모두 경기를 마치고 표정이 어둡던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단지 오늘 하루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응원했다.
또 “모두 4년을 열심히 준비해 올림픽에 출전했다”면서 “올림픽은 ‘인정받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6번째 올림픽에 참가한 이규혁은 소치에 오기 전부터 이번 올림픽을 “진짜 마지막”이라고 밝혀 왔다.
이날 500m에서는 18위(합계 70초65)에 올랐고, 이제 12일 1,000m만을 남겼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불안하고 걱정도 됐지만, 한국과 러시아에서 속도를 끌어올렸다”면서 “현재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1,000m에서 자신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초반에 스피드를 내고 이후에 버티는 스타일”이라면서 “체력 소모가 많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니 제 스타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요즘은 훈련이 끝나면 지쳐 잠들기 바쁘다”는 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메달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게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규혁은 “이제껏 집착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았는데 주변에서 다들 즐기고 오라고 해서 오늘은 그렇게 했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태극마크와 이별을 준비하는 이규혁은 자신이 떠난 이후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하는 마음도 남겼다.
그는 “네덜란드 선수들은 4년 전에만 해도 우리가 ‘갖고 놀다시피’ 했는데 오늘 1∼3위를 휩쓸었다”면서 “개개인에 따라 선수들을 잘 관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저는 20대와 같지 않기에 대회가 있으면 조금 더 일찍 가서 준비하거나 어떤 대회는 건너뛰고 싶기도 했다”면서 “메달권에 안 드는 선수라도 자신만의 스케줄을 갖게 하고 세세한 관심을 가져야 진정한 빙상 강국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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