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가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장에서 스타트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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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경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히는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의 질주가 막을 올린다. 11일 오후 9시45분(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펼쳐질 이상화의 금빛 레이스는 4년 전 밴쿠버보다 더 순식간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적수가 없는 ‘금메달 0순위’로 꼽히는 이상화는 예니 볼프(독일), 왕베이싱(중국), 올가 팟쿨리나(러시아), 헤더 리처드슨(미국) 등 다른 선수와의 경쟁보다는 기록에 더 관심이 쏠린다.
이상화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1·2차 레이스 합계 76초090의 기록으로 2위 볼프(76초140)와 단 0.05초 앞서며 아슬아슬하게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4년 전보다 더 좋은 기록으로, 더 큰 차이를 내며 2연패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열리는 아들레르 아레나는 애초 밴쿠버의 올림픽 오벌과 비슷한 빙질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대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리기 전 현지에서 훈련을 진행하면서 “빙질이 나쁘다”고 입을 모으던 선수와 지도자들은 이제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개막에 맞춰 단계적으로 얼음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9일까지 경기를 치른 남자 5,000m와 여자 3,000m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수준으로 기록이 좋아졌다. 지난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분14초41의 기록으로 남자 5,000m 우승을 차지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는 이번에는 6분10초76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정상에 섰다. 같은 종목 동메달을 차지한 요릿 베르흐스마(네덜란드·6분16초66)의 기록도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6분17초94)보다 좋아졌다. 여자 3,000m 금메달을 목에 건 이레너 뷔스트(네덜란드·4분00초34)도 1년 전 같은 곳에서 세운 기록(4분02초43) 보다 2초 넘게 줄였다. 은메달리스트인 마르티나 사블리코바(체코)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분04초80을 기록했으나 올림픽에서는 4분01초95로 단축했다. 크라머르와 뷔스트가 이번 대회에서 찍은 기록은 모두 아들레르 아레나의 코스 신기록이다.
다른 경기장의 코스 기록과 비교해 보면, 대체로 독일 베를린이나 러시아 콜롬나의 경기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이상화는 베를린에서 올 시즌 월드컵 4차 대회 500m 1차 레이스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이상화의 기록은 37초36. 순위는 당연히 1등이었다.
장거리와 단거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상화 자신도 “빙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올림픽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려 온 만큼 당시에 필적하는 기록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상화가 이 정도 기록을 낸다면 1·2차 레이스의 합계 기록은 74초대 후반 정도에 형성될 수 있다. 두 번을 합쳐 1,000m에 달하는 질주가 고작 75초 내외에 끝나는 ‘광속 레이스’가 기대된다. 현재 여자 500m의 올림픽 기록은 2002년에 ‘기록의 산실’로 유명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가 작성한 37초30이다. 당시 르메이돈은 두 차례 레이스 합계 74초750을 기록했다. 이 역시 1998년 2차 레이스가 도입된 이래 가장 빠른 기록이다. 2002년을 제외한 세 번의 올림픽에서는 모두 76초대 기록의 우승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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