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네덜란드 그녀가 “Go, Korea” 외친 이유

[임주형 기자 소치 프리즈마] 네덜란드 그녀가 “Go, Korea” 외친 이유

입력 2014-02-10 00:00
수정 2014-02-10 13:5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국 빙속 선수들 매력에 푹~ 박진감 있는 경기… 팬 됐어요

빌리 하그스마
빌리 하그스마
지난 8일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는 오렌지 물결로 출렁였다.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가 열린 이곳은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홈팀 러시아 못지않게 네덜란드 팬들이 대거 관중석을 차지했다. 축구 다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을 좋아하는 네덜란드인들이 소치까지 날아와 열렬한 응원을 펼친 것.

그런데 오렌지 물결 속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금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빌리 하그스마(41)라는 이 여성은 네덜란드인이면서도 이승훈(26·대한항공)과 김철민(22·한국체대) 등 한국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는 왜 자국 선수들, 특히 크라머르라는 세계적 스타를 두고 “고, 코리아”(Go, Korea)를 외쳤을까.

“한국 선수들은 매우 빠르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쳐요. 그래서 팬이 됐습니다. 크라머르는 분명히 최고의 선수지만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절대로 팬들에게 ‘헬로’ 같은 인사를 건네지 않아요.”

더 특이한 것은 주변에 가득한 네덜란드인 누구도 그가 태극기를 흔드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야구장에서 원정팀을 응원하는 게 쉽지 않았던 기자로서는 낯선 광경이었다. 그는 한국을 가본 적이 없지만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한국 빙속 선수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마침 올림픽이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자 경기장까지 찾아와 마음껏 응원을 펼쳤다. 좋아하는 선수를 묻자 이상화, 모태범, 이강석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한 그는 진정한 한국 빙속 팬이었다.

올림픽은 지역과 국경, 이념, 인종을 초월하는 건 물론 1등과 꼴찌까지도 한품에 안는 지구촌 축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메달 색깔과 성적에만 관심을 쏟지 않았을까. 이날 12위에 머문 이승훈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이 네덜란드 여인이 자신을 응원했고, 앞으로도 여전히 한국 빙속에 갈채를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hermes@seoul.co.kr
2014-02-10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애도기간 중 연예인들의 SNS 활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승객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기간에 자신의 SNS에 근황사진 등을 올린 일부 연예인들이 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대중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애도기간에 이런 행동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고 애도를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