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출신 유도 영웅 ‘브라질의 희망’

빈민가 출신 유도 영웅 ‘브라질의 희망’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8-09 22:54
수정 2016-08-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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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첫 ’ 여자 유도 57㎏급 하파엘라 시우바

리우 빈민 유도 학교서 꿈 키워
16강전서 김잔디 꺾는 등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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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질 빈민가 출신 하파엘라 시우바가 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카이로카 아레나2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시상식에서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자랑스럽게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개최국 브라질의 첫 금메달이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브리질 빈민가 출신 하파엘라 시우바가 8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카이로카 아레나2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시상식에서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자랑스럽게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개최국 브라질의 첫 금메달이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인 빈민가 ‘파벨라’ 출신의 여성이 브라질의 자존심을 세웠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이로카 아레나2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결승에서 브라질 선수 하파엘라 시우바(24)가 세계랭킹 1위 수미야 도르수렌(몽골)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리우올림픽 개최국인 브라질의 첫 금메달이다.

시우바가 태어난 파벨라는 언덕이나 산 밑에 있어 ‘신의 도시’(City of God)로 불리지만 살인자, 강도, 마약 범죄자들이 득실대는 곳이다. 리우올림픽 개막식을 지휘·제작한 영화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만든 영화 ‘시티 오브 갓’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가난과 범죄로 찌든 암흑 도시의 뒷골목을 그린 영화다.

파벨라는 올림픽 주경기장인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브라질로서는 가능하면 알리고 싶지 않은 치부일 수 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선수가 브라질의 희망을 쏜 것이다.

앞서 16강에서 시우바가 세계랭킹 2위인 김잔디(25)를 절반승으로 이겼을 때만 해도 홈그라운드 이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세계랭킹 14위가 금메달 유력 후보를 쉽게 따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4강에서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코리나 카프리오리우(루마니아)를 연장 끝에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 수미야 도르수렌마저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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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파엘라 시우바(앞줄 가운데)가 8일(현지시간)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국기를 몸에 둘러매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가족들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한 남성이 든 손팻말에는 ‘신의 도시’(CIDADE DE DEUS)에서 자란 시우바를 응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하파엘라 시우바(앞줄 가운데)가 8일(현지시간)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국기를 몸에 둘러매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가족들과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한 남성이 든 손팻말에는 ‘신의 도시’(CIDADE DE DEUS)에서 자란 시우바를 응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시우바는 “지난 몇 년 동안 수없이 훈련했다. 아마도 이 경기장에서 나보다 더 많이 훈련한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승리가 운이 아닌 땀방울의 결과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했다.

시우바는 4년 전 런던올림픽 때 규정 위반으로 실격패를 했던 아픔을 안고 있다. 당시 한 네티즌이 그를 향해 브라질어로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원숭이가 있을 자리는 (경기장이 아닌) 동물들이 거주하는 우리”라고 표현하면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이후 시우바는 정신적 충격에 선수 생활을 관두려 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이번 올림픽에 재도전했다. 그의 부모는 딸의 금메달 소식에 감격하며 “런던올림픽 때는 우리 딸이 원숭이로 불렸지만 지금 우리는 여기에 서 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우바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플라비오 칸토(브라질)의 제자다. 칸토가 빈민촌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세운 유도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유도 선수의 길을 밟게 됐다. 시우바는 “파벨라의 아이들은 나의 힘”이라면서 “아이들이 나를 보고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8-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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