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울리고 웃긴 펜싱 일주일
남현희(31·성남시청)의 노메달, 신아람(26·계룡시청)의 ‘멈춰진 1초’.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은 눈물로 시작했다. 그러나 눈물이 마른 자리에는 환희와 영광이 만발했다. 런던의 화려한 꽃으로 피어난 한국펜싱, 런던은 약속의 땅이었다.한국 펜싱은 모두 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런던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은, 동메달까지 합하면 전체 27개 가운데 금 2개를 포함해 은1, 동 3개를 따냈다. 펜싱 메달 순위로 보면 이탈리아(금2, 은2, 동2)에 이어 2위다. 한국 펜싱이 올림픽에 첫발을 내디딘 1964년 도쿄대회 이후 가장 빛나는 성적표다. 그러나 전체 메달 순위(6개)로는 이탈리아와 공동 1위다.
‘신아람 파문’이 선수단의 결의를 다지게 했다. ‘맏형’ 최병철(①·31·화성시청)이 남자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어 분위기를 바꾸더니 다음 날 남자 에페의 정진선(②·28·화성시청)이 개인전 동메달을,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나선 김지연(③·24·익산시청)이 ‘깜짝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여자 선수 사상 첫 금메달이자 사브르 종목 사상 첫 메달. 2000년 시드니대회 성적(금 1개, 동 1개)을 이미 훌쩍 넘어선 뒤엔 거칠 게 없었다.
여자 플뢰레 단체전 3위(④)에 이어 남자 사브르(⑤)는 단체전 정상까지 올랐다. 대미는 ‘1초 오심’의 희생자 신아람을 비롯한 여자 에페 대표팀의 단체전 은메달(⑥). 일주일을 달린 숨가쁜 메달 레이스가 이제 끝났다.
●김용율 총감독 “우리 보고 미쳤단다”
양적인 팽창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펜싱은 그동안 몰려 있던 플뢰레 종목 외에도 남녀 에페, 사브르 등에서도 고른 메달밭을 일궜다. 출전한 9개 종목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을 제외한 8개 종목에서 4강 진출자를 배출했다. 세계 펜싱계의 ‘새별’이다.
김용율(49) 총감독은 “다른 나라 선수·임원들이 다들 우리를 보고 ‘미쳤다’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체격이 좋고 손기술에 능한 유럽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상대보다 두 배 이상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형 펜싱을 조련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욱재 감독은 “사실, (신)아람이 덕도 많이 봤다.”면서 “독일과의 첫 게임에서는 파이팅과 의지로 똘똘 뭉쳤다. 펜싱이 유럽 스포츠다 보니 심판의 장난이 있다. 그런데 이후 우리 경기에서 심판들의 신중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이젠 4년 뒤 브라질 대회 보고 뛸 것
한국 펜싱의 활약은 이번 대회에 그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메달을 땄거나 메달권에 든 선수들은 모두 4년 뒤 브라질 리우대회 주역들”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꽃이 된 한국펜싱은 벌써부터 4년 뒤를 꿈꾸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2-08-06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