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학습 능력 한계… 두 번째 대국부터 이세돌이 유리”

“알파고 학습 능력 한계… 두 번째 대국부터 이세돌이 유리”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6-03-09 22:50
수정 2016-03-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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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김찬우 AI바둑 대표

李, 알파고 기풍 몰라 첫판 불리… 전면전 피하고 포석 공략해야
단기전은 사람 순발력 더 유리… 알파고, 전투 강하고 포석 약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을 지켜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9일 “두 번째 대국부터는 이 9단이 유리해질 것”이라면서 “전면전을 피하고 알파고의 약점인 초반 포석을 공략했어야 했는데 느슨하게 가는 바람에 승기를 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바둑 프로 6단이자 인공지능을 이용한 바둑 프로그램 개발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인공지능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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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우 AI바둑 대표
김찬우 AI바둑 대표
김 대표는 “알파고는 프로기사로 치면 실전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 9단이 알파고의 스타일을 제대로 알 수가 없어 첫판에선 이 9단이 불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창호 9단조차도 신예 기사와 처음 맞붙어서 패배한 경우가 많지만 재대결에서는 거의 이겼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뒤로 갈수록 이 9단이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알파고의 학습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발자들이 함부로 건드리면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진다. 장기적으로는 알파고가 유리하겠지만 단기간에 대국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순발력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대국에 대해 김 대표는 “알파고가 전투에 강한 반면 초반 포석에 약점이 있는데 이 9단이 그 부분을 적절하게 공략하지 못했다”면서 “알파고의 장점인 두껍게 두는 스타일에 말려서 중앙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빗대 “알파고는 물량전에 강하다. 전면전을 피하고 게릴라전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승세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느슨하게 두다가 날카로운 우측 공격을 받았다. 그게 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 바둑기사에게 도전할 정도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개발자로서 본다면 앞으로도 좀더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선례가 없는 의외의 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너무 변칙적인 공격을 하다보면 대세를 잃을 수 있다”면서 “가능하면 중앙을 장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 9단이 패배한 걸 두고 걱정하는 프로기사들이 주변에 많았지만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면서 “가령 축구 한·일전에서 한 번 졌다고 해서 세상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패배를 통해 학습하고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끝없이 도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6-03-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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