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중남미 국가와 상대할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조언이 ‘기선을 제압하라’이다.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큰 중남미 선수들의 특성을 고려한 말이다.

단판전으로 4강행을 결정하는 8강전에서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만난 한국은 선취점을 냈고 집중타를 쏟아내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쿠바와의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8강전에서 7-2로 승리했다.

승부처는 2회초였다.

홈런왕 박병호(넥센)가 포문을 열었다. 박병호는 2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쿠바 선발 프랑크 몬티에트의 시속 134㎞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3루타를 쳤다.

쿠바 중견수 유니에스키 구리엘이 글러브를 뻗었지만 공은 글러브보다 더 높이 떠갔다.

민병헌(두산)은 2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에서 볼 3개를 차분하게 고르더니, 몬티에트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를 쳤다.

봉인이 풀렸다. 부담을 털어낸 한국 타선이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황재균(롯데)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며 몬티에트를 강판시켰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리반 모이넬로도 한국 타선을 막지 못했다.

양의지(두산)는 모이넬로의 초구를 공략해 좌중간 1타점 적시타를 쳤다. 박병호부터 양의지까지, 4타자 연속 안타였다.

김재호(두산)는 깔끔한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와 3루로 보냈다. 안타 못지않게 귀한 타구였다.

1사 2, 3루에서 정근우(한화)는 초구 직구를 밀어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주자 2명이 모두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1회초 1사 1, 3루 기회에서 유격수 앞 병살타를 쳐 자존심을 구긴 4번타자 이대호(소프트뱅크)는 2사 1, 2루에서 투수 옆을 뚫는 중전 적시타로 명예회복을 했다.

한국은 2회에만 6안타를 집중해 5점을 뽑았다.

쿠바는 2회초 3번의 투수 교체를 단행하며 흐름을 바꿔 놓고자 했다.

그러나 불붙은 한국 타선은 쿠바 마운드를 무너뜨리며 대량 득점했다.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쉽게 경기를 풀어갔고, 쿠바는 성급한 공격으로 일관하다 대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