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게 없는 최강희호… 이대로 괜찮을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지난 26일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을 마친 뒤 손에 쥔 건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중간순위뿐이다. 물론, 손흥민의 A매치 2호골이 없었다면 최강희호는 남은 일정을 더욱 조바심 나게 준비했을 것이다.
최강희호는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0-1 패배 이후 A매치에서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만약 카타르전이 무승부로 끝났다면 최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을 것이다.
카타르전을 앞둔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선수들의 전술 숙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전후반 내내 압도적인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골 결정력에서 여전히 취약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후반전만 보면 1970년대 축구로 회귀한 느낌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최강희 감독이 어떤 색깔의 축구를 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고 혹평했다.
카타르와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감안하면 이날의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 내내 정밀하지 못한 공격 전술과 허술한 수비는 팬들을 황망하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상대의 ‘선(先)수비 후(後)공격’ 전술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갖고 나서지 못한 점이다.
김신욱(울산)에게 올려주는 크로스가 정확하지 못한 데다 속도마저 느려 상대에게 읽혀 제공권 장악이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신 교수는 “전술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공수 전환의 속도도 느려진 데다 안정감마저 떨어졌다”면서 “중원에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공을 잡았을 때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적었다. 선수들의 능력치만 따졌을 때 득점이 너무 적다”고 꼬집었다.
이날 10개의 코너킥이 모두 상대에게 차단된 점, 프리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도 고쳐야 할 대목으로 지적됐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세트피스 전술과 다양한 공격 옵션, 충분한 훈련기간 확보 등을 축구협회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6월 4일 레바논 원정을 시작으로 11일 우즈베키스탄, 18일 이란과의 홈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6차전 상대인 레바논을 꺾으면 한국은 당일 경기가 없는 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선두로 나설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조 선두를 다투는 팀이고 이란은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5차례 최종예선에서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따라서 대표팀으로선 레바논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점 6을 확보해야만 이란과의 마지막 승부를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3-03-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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